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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어른들 책 안에는 왜 그림이 없는 걸까요? 슬프잖아요. 어릴 때는 항상 글과 그림을 보게 해놓고 어느 날 갑자기 그림만 빼앗아가 버리면 어쩌라는 거죠?
직원 …맞아요. 참으로 잔인한 세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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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이 서점에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 구연 프로그램 있나요?
직원 네. 화요일마다 하고 있어요. 유아 대상으로요.
손님 잘됐네요. 저 위쪽 골목에 있는 놀이방이 너무 비싸서요. 그동안 애 때문에 꼼짝을 못 했는데 시간이 생기면 쇼핑도 하고 네일도 할 수 있겠어요.
직원 죄송한데, 그렇게는 어려워요. 이야기 시간에 부모님이 아이들을 지켜보고 계셔야 되거든요.
손님 왜요?
직원 …그야 저희는 놀이방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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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시어머니 관련 유머집 있나요? 농담하는 것처럼 시어머니께 한 권 선물하려고요. 그런데 아시겠지만, 농담이지만 농담이 아닌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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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어톤먼트』있나요? 영화 표지로 된 책 말고요. 정말 싫어요, 그 표지. 키이라 나이틀리Keira Knightely 목만 보면 주먹으로 뭔가를 치고 싶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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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안녕하세요. 제가 이번에 제 그림책을 자비 출판했습니다. 친구들은 전부 제가 이 시대의 반 고흐가 될 것이 틀림없다고 하던데요. 제 책을 예약 주문하실 생각 없습니까? 몇 권이 필요하세요?
직원 아시겠지만, 반 고흐는 생전에 한 번도 대중의 인정을 받지 못한 작가가 아닌가요?
남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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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아이고, 우체국 줄이 왜 이렇게 긴지. 난 1종 우표 한 장만 사면 되는데, 혹시 우표 가진 것 있어요? 내가 한 장 사면 안될까?
직원 아뇨, 우표는 없어서요.
손님 그럼 말이지. 나 대신 가서 줄 서 줄 수 있을까? 댁이 나보다 훨씬 젊잖우. 아가씨 다리라면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거야.
직원 그건 안 되겠어요. 저 지금 이 서점 혼자 지키고 있잖아요.
손님 내가 대신 이 서점 봐주면 안 될까?
직원 안 돼요, 손님. 절대로요. 제 입장이 많이 곤란해지거든요.
손님 아, 참 도움이 하나도 안 되는구랴
(화가 나서 나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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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제인 에어』있어요?
직원 아,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팔렸어요. 죄송합니다!
손님 아… 혹시 『제인 에어』 읽으셨나요?
직원 그럼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에요.
손님 이런 행운이! (직원 옆에 자리 잡고 앉는다) 저한테 그 책에 대해 아는 대로 말해주실래요? 감상평도 좋고요. 그 책에 관한 감상문을 내일까지 제출해야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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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안녕하세요
직원 안녕하세요. 뭘 도와드릴까요?
손님 킨들이 뭐지 설명을 해주실 수 있나요?
직원 네. 그건 전자책 리더기예요. 전자책을 다운받아서 작은 휴대용 컴퓨터 같은 기계로 읽는 거죠.
손님 오, 알겠다. 그렇군요. 그러면 이 킨들이라는거 말이죠. 안에 든 책들은 페이퍼백이에요, 하드커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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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안녕하세요. 친구가 지난주에 와서 책을 한 권 샀는데 무척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 똑같은 책 있을까요?
직원 제목 알고 계세요?
손님 아, 맞다.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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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책 읽을 시간은 무지 많겠어요. 이렇게 책에 둘러싸여서 앉아 있기만 하면 되니까요.
직원 손님은 어떤 일을 하시는데요?
손님 나요? 난 옷가게에서 일해요.
직원 음… 그러면 손님은 옷 입어볼 시간이 정말 많겠어요. 그렇게 옷에 둘러싸여 계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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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책이 그렇게 다양하고 충실하게 갖춰져 있진 않네요.
직원 저희 가게는 만 권이 넘는 책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손님 그래요? 그런데 제가 쓴 책은 안 갖다 놓으셨잖아요!
(문을 박차고 나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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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책을 몇 권 팔고 싶은데 누구와 이야기해야 할까요?
직원 저한테 말씀하시면 돼요.
손님 상사는 없나요? 남자분 안 계세요?
직원 사장님은 지금 안 계신데, 여자분이시고 지금 댁에 계세요.
손님 그러면 그 여자분의 상사는요? 그 남자 이름이 뭔가요?
직원 그 여자분이 제 사장님이세요
손님 흠. 당신들은 굉장히 현대적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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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부자들의 돈을 훔치는 책 있잖아요. 『로빈 후드』. 그 책 있나요? 우리 남편 이름이 로빈이거든요. 생일 선물로 그 책을 주면 어떨까 해서…. 그런데 문제는 우리 남편이 은행원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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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엄마, 나 이 책 사도 돼요?
엄마 아빠한테 가서 사도 되냐고 물어봐.
소년 아빠! 엄마가 이 책 나한테 안 사주면 오늘 밤에 엄마 침대에서 못 자게 한대!
-엘리노어 포튼, 북 엔드Book End, 영국 더비셔 베이크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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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만약 말이죠. 제가 이 서점에서 내 평생의 짝을 만나게 된다면, 서점의 어느 책 옆에 서 있어야 그렇게 될 확률이 가장 높아질까요?
-마리아 더프, 워터스톤스, 아일랜드 드로에다 스코치 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