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그런 책은 없는데요...

uragawa 2018. 12. 6. 13:18




손님   어른들 책 안에는 왜 그림이 없는 걸까요? 슬프잖아요. 어릴 때는 항상 글과 그림을 보게 해놓고 어느 날 갑자기 그림만 빼앗아가 버리면 어쩌라는 거죠?
직원   …맞아요. 참으로 잔인한 세상이죠.





손님   이 서점에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 구연 프로그램 있나요?
직원   네. 화요일마다 하고 있어요. 유아 대상으로요.
손님   잘됐네요. 저 위쪽 골목에 있는 놀이방이 너무 비싸서요. 그동안 애 때문에 꼼짝을 못 했는데 시간이 생기면 쇼핑도 하고 네일도 할 수 있겠어요.
직원   죄송한데, 그렇게는 어려워요. 이야기 시간에 부모님이 아이들을 지켜보고 계셔야 되거든요.
손님   왜요?
직원   …그야 저희는 놀이방이 아니니까요





손님   시어머니 관련 유머집 있나요? 농담하는 것처럼 시어머니께 한 권 선물하려고요. 그런데 아시겠지만, 농담이지만 농담이 아닌 거죠.





손님    『어톤먼트』있나요? 영화 표지로 된 책 말고요. 정말 싫어요, 그 표지. 키이라 나이틀리Keira Knightely 목만 보면 주먹으로 뭔가를 치고 싶어져요.





남자   안녕하세요. 제가 이번에 제 그림책을 자비 출판했습니다. 친구들은 전부 제가 이 시대의 반 고흐가 될 것이 틀림없다고 하던데요. 제 책을 예약 주문하실 생각 없습니까? 몇 권이 필요하세요?
직원   아시겠지만, 반 고흐는 생전에 한 번도 대중의 인정을 받지 못한 작가가 아닌가요?
남자 ….





손님   아이고, 우체국 줄이 왜 이렇게 긴지. 난 1종 우표 한 장만 사면 되는데, 혹시 우표 가진 것 있어요? 내가 한 장 사면 안될까?
직원   아뇨, 우표는 없어서요.
손님   그럼 말이지. 나 대신 가서 줄 서 줄 수 있을까? 댁이 나보다 훨씬 젊잖우. 아가씨 다리라면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거야.
직원   그건 안 되겠어요. 저 지금 이 서점 혼자 지키고 있잖아요.
손님   내가 대신 이 서점 봐주면 안 될까?
직원   안 돼요, 손님. 절대로요. 제 입장이 많이 곤란해지거든요.
손님   아, 참 도움이 하나도 안 되는구랴
(화가 나서 나가버린다)





손님   『제인 에어』있어요?
직원   아,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팔렸어요. 죄송합니다!
손님   아… 혹시 『제인 에어』 읽으셨나요?
직원   그럼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에요.
손님   이런 행운이! (직원 옆에 자리 잡고 앉는다) 저한테 그 책에 대해 아는 대로 말해주실래요? 감상평도 좋고요. 그 책에 관한 감상문을 내일까지 제출해야 해서요.





손님   안녕하세요
직원   안녕하세요. 뭘 도와드릴까요?
손님   킨들이 뭐지 설명을 해주실 수 있나요?
직원   네. 그건 전자책 리더기예요. 전자책을 다운받아서 작은 휴대용 컴퓨터 같은 기계로 읽는 거죠.
손님   오, 알겠다. 그렇군요. 그러면 이 킨들이라는거 말이죠. 안에 든 책들은 페이퍼백이에요, 하드커버예요?





손님   안녕하세요. 친구가 지난주에 와서 책을 한 권 샀는데 무척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 똑같은 책 있을까요?
직원   제목 알고 계세요?
손님   아, 맞다. 잊어버렸다.





손님   책 읽을 시간은 무지 많겠어요. 이렇게 책에 둘러싸여서 앉아 있기만 하면 되니까요.
직원   손님은 어떤 일을 하시는데요?
손님   나요? 난 옷가게에서 일해요.
직원   음… 그러면 손님은 옷 입어볼 시간이 정말 많겠어요. 그렇게 옷에 둘러싸여 계시잖아요.





손님   책이 그렇게 다양하고 충실하게 갖춰져 있진 않네요.
직원   저희 가게는 만 권이 넘는 책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손님   그래요? 그런데 제가 쓴 책은 안 갖다 놓으셨잖아요!
(문을 박차고 나가버린다)





손님   책을 몇 권 팔고 싶은데 누구와 이야기해야 할까요?
직원   저한테 말씀하시면 돼요.
손님   상사는 없나요? 남자분 안 계세요?
직원   사장님은 지금 안 계신데, 여자분이시고 지금 댁에 계세요.
손님   그러면 그 여자분의 상사는요? 그 남자 이름이 뭔가요?
직원   그 여자분이 제 사장님이세요
손님   흠. 당신들은 굉장히 현대적이군요. 





손님   부자들의 돈을 훔치는 책 있잖아요. 『로빈 후드』. 그 책 있나요? 우리 남편 이름이 로빈이거든요. 생일 선물로 그 책을 주면 어떨까 해서…. 그런데 문제는 우리 남편이 은행원이라….





소년   엄마, 나 이 책 사도 돼요?
엄마   아빠한테 가서 사도 되냐고 물어봐.
소년   아빠! 엄마가 이 책 나한테 안 사주면 오늘 밤에 엄마 침대에서 못 자게 한대!

-엘리노어 포튼, 북 엔드Book End, 영국 더비셔 베이크웰





손님   만약 말이죠. 제가 이 서점에서 내 평생의 짝을 만나게 된다면, 서점의 어느 책 옆에 서 있어야 그렇게 될 확률이 가장 높아질까요?

-마리아 더프, 워터스톤스, 아일랜드 드로에다 스코치 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