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제가 이 여자랑 결혼을 한 번 해봤는데요.

uragawa 2018. 9. 17. 21:10



은지가 누워서 휴대폰으로 잠원동 아파트 매물을 보다가 감자기 “우와 32평이 15억이야. 우린 진짜 꿈도 못 꾸겠다.”라고 얘기해서 0.1초만에 “응”이라고 대답했는데 “꿈 좀 꿔”라는 말(마치 나무라는듯한 큰 목소리로)이 되돌아왔다. 자기는 꿈을 못꿔도, 나는 꿈을 꾸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하긴 꿈 꾸는 게 돈 드는 것도 아닌데 난 왜 꿈을 꾸지 않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꿈에서깨어나지않겠다



횡성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정기 구독한 이후 우주에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은지에게 우주에 대해 책에서 본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은지야, 우주는 항성이랑 행성이랑….”
“뭐 횡성 한우?”
아니 횡성 한우가 아니라 행성이라고!!
은지는 늘 먹는 생각뿐이다.



개찰구
은지가 지하철 개찰구를 지날 때마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밥주걱(?)같은 거에 맞으면 무릎도가니 나간다고 해서 늘 겁먹었었는데, 오늘 보니 그냥 스펀지처럼 폭신한 것이라 당황스러웠다. #당황



꼬북칩
며칠 전 꼬북칩 하나를 사다가 토스터기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어젯밤에 집에 와서 밥을 먹다가 꼬북칩이 뜯겨 반만 남은 것을 우연히 발견하고 은지를 쳐다봤는데 은지가 실실 웃으면서 “틀린 그림 찾음?” 이라고 말해서 또 죽여버리고 싶었다.



초콜릿
은지가 냉동실에 있는 ABC 초콜릿을 딱 한 개씩만 가져와서 계속 까먹길래 그럴거면 한 번에 갖다놓고 먹으라고 말했더니 순간 버력하며 “밤에 초콜릿 먹는데 이렇게다로 음직이면서 먹야야지.”라고 말했다. 은지는 늘 맞는 말만 한다 #은지맞는말일기



불안
미래는 누구에게나 늘 불안하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너만 그런 게 아니고, 나도 그렇고, 당신 옆에 사람도, 지금 당신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도 그렇다.



스트레스
연애 초기 남편이 회사 이야기 많이 들어줘서 힘이 됐는데 자긴 그때가 최고 스트레스였다고 그랬다. 생각해보니 나중엔 참다못해 그럼 그만두라고 했던 기억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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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모르는 과장님 욕을 겨우내 참아내 이제는 끝났나? 싶었을 때쯤, 그녀는 부장님 욕을 시작했고, 그녀를 보면서 어디 가서 친하지 않은 사이에는 “절대 내가 받은 스트레스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안 되겠구나.”라는 교훈을 얻었다.



카멜레온
남편이 선물로 잠옷을 사 왔는데 이불과 똑같은 패턴과 컬러를 사 왔다. 이걸 입으면 침대와 보호색이 되어 내가 없는 것 같고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