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눈썹을 아래로 늘어뜨리며 말했다.
“저기있는 책은 내가사온거야. 추리소설 사와라, 지도 사와라 게다가 역사 참고서까지 사오라는거야.”
“저런걸 어디다 써"
“소설에 거짓은 없는지, 체크하는거지.”
아버지는 웃었다. 암때문은 아니겠지만, 이가 가늘어진 것 같아보였다.
“소설을 읽는 건 거짓말을 즐기기위해서잖아.” 나는 반론을 폈다.
“정말로 심각한 것은 밝게 전해야 하는거야.”
하루는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그렇게 말했다.
“무거운 짐을 졌지만, 탭댄스를 추듯이.”
시처럼 들렸다.
“삐에로가 공중그네를 타고 날아오를 때는 중력을 잊어버리는거야.”
이어지는 하루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즐겁게 살면 지구의 중력 같은건 없어지고 말아.”
“그럼 당신과 나는 곧 하늘로 떠오르겠네.”
어머니와 아버지가 그런 말을 주고받았던 기억이 나지만, 그것이 정말로 정확한 기억인지는 자신이 없다.
당시 내가 ‘중력’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었는지 모를 노릇이고, 기억이란 늘 적당히 각색이 되는 법이기 때문이다.
“형도 조심해야해. 똑바로 가려고 의식하면 할수록 길에서 벗어나게 되니까. 살아가는 일과 똑같아. 똑바로 살아가려는데도 어딘가에서 저도 모르게 굽고말아. 물론, 굽어라, 굽어라, 하고 외쳐대도 굽는거지만.”
“성공한 기업을 흉내내는 건 비즈니스의 기본이지.”
조금 잘나가는 기업이 출현하면 어김없이 ‘oo사의 비즈니스 모델’, ‘oo사장의 경영방법’이란 책이 출판되는 현실을 난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남의방식을 빌려 성공하고 싶다니, 난 죽어도 싫다.
시계를 본다. 일곱시가 조금 지나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 꼭 알맞겠다고 시간계산을 해본다.
계산대로 움직이는 인생은 정말 싫다. 그런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계산을 그만두지 못한다.
미인이 놀라는 순간은 아마도 자신이 늙어간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뿐일 것이다.
“이상하게도 사람이란 고정관념을 가지기 쉬운모양이야. 까마귀는 검다, 개는 온순하다, 고양이는 변덕스럽다. 동정은 악이며 장수하는게 가장 행복하다. 그렇게 단정하면 기분좋은 모양이야. 그래서 노숙자를 모두 실패한 인간이고, 야만적이며 불결하다고 단정해버려, 또는 노숙자는 모두 불행한 인간이며, 바탕이 선한 사람이라고 단정해. 장애자나 노인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노숙자 가운데는 이상한 놈도 있고 싹싹한 놈도있어. 사랑스런 노인이 있는가 하면 때려주고 싶은 사람도 있어. 부탁만 하면 탐정업무도 멋지게 해내는 노숙자도 있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