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

uragawa 2017. 5. 29. 23:52

시행착오를 겪던 야스나가 대표에게 ‘카스텔라의 법칙’이라는 말을 알려 준 편집자 친구가 있었다. “카스텔라를 좋아한다고 계속 말하면, 남한테 받거나 저절로 얻게 된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나 목표를 말하고 다니면 자신에게 기회가 찾아온다는 의미였다. 그 덕인지 창업하고 1년 반 뒤, 첫 책 『청이 없는 나라』를 출간할 수 있었다.
-치이사이쇼보_ 야스나가 노리코



오스기 사카에가 한 말 중에 “자유롭고 유쾌한 사회”가 있다. ‘자유’는 쉽게 손에 넣을 수 없지만, ‘유쾌’하게 일하는 것이라면 자신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도요샤_ 도요타 쓰요시



출판 일은 어렵고 매일 실패와 반성의 연속입니다.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서 더 공부하고 싶어요. 아울러 회사의 경영 같은, 전혀 다른 능력도 필요합니다. 회사 유지를 위한 일들을 하면서 책과 만나는 시간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한 고민도 계속 커집니다. 마나토노히토를 만든 뒤, 오로지 일만 해 왔던 18년이었고 희생해 온 것도 적지 않았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기쁨과 충족감은 물론 큽니다. 다만 지금까지 미나토노히토에서 책을 내주신 저자 분들과 도와주신 분들, 거래처에 대한 책임도 무겁게 느낍니다. 아대로 좋은지 매일 자문자답해요. 
-미나토노히토_ 우에노 유지



자신의 감각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곳을 나날이 넓히는 일이 아마도 ‘일을 통해 세상을 넓히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에 있으면 어떤 시대, 어떤 상황에서도 휘둘리는 일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경기 침체의 여파에 흔들린다’는 얘기는 즉 ‘경기’가 주체인 상태입니다. 반대로 ‘자신’이 주체가 되어서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야 합니다. 멤버 각자의 장소가 넓어지면 회사도 점점 영역이 넓어집니다. 매일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즐겁지 않을까요.
어떤 정답에 접근하려고 일하면 어긋났을 때 힘들어집니다. 누가 정한 것도 아닌데, 빠른 쪽이 이긴다든가 큰 것에 가치가 있다고 믿어서 그렇죠. 건너편 강가에 있는 사람이 우리 작은 배를 본다면 “어? 안 가고 그냥 떠 있네”, “아니야. 1 밀리미터 나아갔거든.” 하는 상태일지도 몰라요. 그러나 거기서 일어나는 일이 대단히 밀도가 높거나 건너 편에서 봐도 엄청난 열기를 내뿜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그런 열기가 생기려면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주체적으로 일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리더라기보다 배가 갈 곳을 가리키는 사람이에요. 곧장 최단 코스로 가는 것이 정석이라고 하지만, 여기저기 들르며 가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회사나 처음 5년은 자기 일하는 데만도 정신이 없을거예요. 저도 그랬거든요. ‘1인’이면 책을 만드는 일은 할 수 있겠지만, 출판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지속성’에서 한계에 부딪힙니다. 그 한계에 부딪힐 때가 다음 단계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미시마샤_ 미시마 구니히로



문득 바다는 책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도는 바람에 넘겨지는 책장 같았어요. 사라진 파도의 페이지는 다시 만날 수 없지만, 수평선 저편에서 솟아나는 페이지는 끊이지 않습니다. 사라진 파도는 무엇을 전하려고 했을까. 끊임없이 다가오는 파도는 무엇을 가져왔을까. 영원히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아픔과 슬픔, 미지를 향한 희망과 동경.  ‘사우다지’Saudade는 과거와 미래, 양극으로 향하는 먼 시공을 떠올릴 때, 브라질 사람들이 품는 특유의 감정을 나타내는 포르투갈어입니다. 그 말을 떠올리자 ‘책이 있는 세상’에서 ‘책이 없는 세상’으로 가 봤으니 이제는 ‘책을 만드는 세상’으로 가기로 마음먹게 되었어요.



종이책을 읽는 시간은 누군가와 공유하기 어렵습니다. 타인이나 일상과의 경계가 끊겨야 혼자 있는 시간이 깊어지죠. 깊은 고독 속에서 지금 이곳이 아닌 다른 시공에서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끊겨야 연결되는’ 미디어가 그 가능성이라고 생각해요. SNS처럼 ‘끊기지 않는 연결’을 위해 존재하는 디지털 미디어와는 소통이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디지털 미디어로 모조리 바뀌진 않을 거라고 봐요.
-사우다지북스_ 아사노 다카오



“혼자서 하면 힘들지 않나요?”라고 많이들 물어보시는데요. 우리는 긴 회의가 없어서 시간이 많아요. 광고대행사에 다니던 시절 가장 힘들었던 건 회의가 너무 길었다는 점이에요. 프레젠테이션 할 날이 다가오면 사막에서 바늘 찾는 듯한 회의가 다음 날까지 몇 시간이고 이어집니다. 그게 너무 싫었어요. 지금은 “이런 걸 만들고 싶은데 어때?”, “좋아!” 같은 식이어서 회의가 1시간 정도의 단순 확인만으로 끝나요. 그 뒤 일과 상관없는 잡담이 2시간 정도 이어지는 일은 자주 있지만요.
그리고 늘 칭찬을 자주 하게 하고, 되도록 ‘No’라는 말을 쓰지 못하게 합니다. 이것도 광고대행사의 다수결 토론에서 좋은 기획이 채택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미르북스_ 후지와라 고지




출판의 참맛은 자기가 만든 책이 자기가 상상도 못 했던 독자에게 가서 큰 반향을 일으키는 것이지만, 적어도 그건 내가 생각하는 방향이 아니다. 
나는 구체적인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원으로 밥을 먹고 있으니 우선 그 사람들을 위해서 책을 만든다.
이런 사고방식은 장인 정신으리 일종이기도 하지만, 소매엄과 서비스업의 사고방식이기도 하다.
그 사람이 사겠지, 그 사람이 주문하겠지, 그 사람이 좋아하겠지.

오늘 쓴 책과 100년 전에 쓴 책이 함께 진열된 곳. 그곳이 바로 ‘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