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좃키혼’이란 출판사에서 판매를 포기하고 염가에 내놓는 책이다. 헌책 노점은 전쟁 전 진보초에서 역시 볼 수 있었던 모양이다. 밤바람을 맞으며 술을 깨려고 길거리의 헌책 진열대를 눈요기하며 걷는다. 이 또한 각별한 기분이었으리라. 어떻게든 되살아나면 좋겠다.
오카자키 사부를 알게 된 다음부터긴 하지만, 여행을 가면 그 지역에서 헌책방을 찾는 버릇이 생겼다. 나 스스로도 발전하려는 마음이 넘치는 제자라고 생각한다.
“현책방을 운영하며 드는 생각 중 하나가, 물건이나 사람의 소멸을 그 자체가 기억이나 기록의 소멸을 뜻한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물건만이라도 남아 있으면, 그에 관련된 ‘이야기’를 알고 싶어하고, 또 알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나타날 가능성은 남지 않을까요.”
현책방은 그 ‘가능성’을 잇는, 이야기를 넘겨주는 중개자라는 뜻이다.
1년 동안 여러 동네의 여러 헌책방에 들렀다. 어느 서점이든 그 서점만의 온도가 있어서, 그 온도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게는 즐거움보다 안도감 쪽이 더 컸다. 책은 소비되고, 잊히고, 사라지는 무기물이 아닌 체온이 있는 생명체라는 걸 실감할 수 있어서 어쩐지 마음이 놓였다.
여행할 때마다 책이라는 존재는 나를 놀라게 한다. 인공적인 동네에도,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동네에도,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자는 가난한 동네에도 책을 파는 가게는 분명히 존재하며, 대학생도 직장인도 노인도 어린아이도 책을 손에 들고 열심히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