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한 달밖에 보지 못하는 아들을 위해서 사는 삶은 무척 힘들었고, 바닥에 구멍난 주전자처럼 매일을 메우는 건 무척 고됐다. 하지만 일이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도록 그를 구해주었다. 일을 통해서 그는 수없이 다양한 절망의 단계에 빠져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했고, 그들과 비교하면 자신의 삶은 좋아보였다.
“나는 막대사탕을 달라고 조르는 어린아이가 아니에요.”
아니지, 피나타는 생각했다. 당신은 다이너마이트를 달라고 조르는 여성이야. 자신은 자신의 삶과 집을 좋아하지 않지. 그걸 아이와 함께 공유하는 게 두려운 거야. 그래서 모든 것을 하늘 높이 날려버리고 아름다운 파편들이 머리 위로 떨어지는 걸 보려는 거지.
도시의 불빛은 해안선과 고속도로를 따라 한 줄로, 한 무더기로 이어졌다가 차가 작은 언덕을 따라 올라가자 드문드문 줄어들었다. 정산에 오르자 불빛은 산 위로 떨어져 아직도 타오르는 개개의 별 같았다. 피나타는 그 불빛들 중 무엇도 자신의 것이 아님을 알았다. 그의 집은 어두웠다.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미래, 그는 생각했다. 그가 더 젊었을 때 미래는 언제나 화사하게 리본을 묶은 선물 상자처럼 보였다. 이제 그것은 그의 앞에 납으로 된 벽처럼 진회색의 뚫을 수 없는 무엇으로 우뚝 서 있었다.
솔직하고 정정당당하다. 자기기만에 사로잡힌 이들이 좋아하는 단어들이지.
바깥, 후아니타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었다. 밖으로 나와서 자유로워지는 것. 빨리 움직이는 것.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가는 것, 특정한 장소에 머무르지 않거나 특정한 사람과 같이 있지 않는 것. 사실 이 둘은 똑같았다. 사람들은 장소, 집과 같아서 자기를 묶어놓고 그 안에 살게 한다. 그녀는 기차가 되고 싶었다. 거대하고 아름답고 빛나는 기차. 연료 보충을 위해 멈출 필요도 없고, 사람들을 내려주거나 태워줄 필요도 없는 기차. 커다란 기적을 울려 철로를 막는 모든 사람을 쫓으며 계속 달려가기만 했다.
그럴 때가 그녀 인생의 정점이었다. 장소와 장소 사이의 시간, 그녀는 기차였다. 삐이이이이익…….
그녀는 방 저편의 전화기를 보았다. 빛을 발하는 검정 전화선이 그녀에게는 생명선처럼 보였다. 그녀가 할 일은 수화기를 들어 다이얼을 돌리는 것뿐이었다.
“난 사람들이 날더러 생각하라는 말 좀 그만했으면 좋겠어요. 난 생각한다고요. 생각은 쉬워요. 생각하지 않는 것, 그게 어렵지. 나는 항상 생각해요. 하지만 내가 짐 하커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 짐 하커를 생각할 수도 없죠. 생각, 젠장.”
가난은 돈이 없는거야. 빈곤은 현실. 적극적인 것이지. 그건 일 분 일 초를 나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거든. 밤이면 내 배를 갉아먹고, 움직일 때면 팔과 다리를 끌어당겨. 추운 날 아침에는 손과 귀를 물어뜯지. 뭔가 삼킬 때는 목을 꼬집고, 물기가 있으면 한 방울 한 방울 다 쥐어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