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호텔 프린스

uragawa 2017. 4. 17. 23:18

보통의 중년 남자라면 다들 그렇게 산다. 가정을 떠난다는 생각 자체를 갖고 있지 않은 것이다. 다만 중년 남자라면 가정이 아닌 다른 곳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 정도는 한다.



― 대책 있는 삶은 어떤 건데요? 그것도 품위랑 같은 의미인가요?
― 그러니까 내 이야기는……
― 고리타분한 충고는 그만둬요. 그런 말은 신물 날 정도로 들어왔으니까.
-코 없는 남자 이야기



강 부장은 입사 때부터 나의 사수 역할을 했고, 결혼 전후로 미라와 함께 만난 적도 있다. 회사 파벌에서 유일하게 친인척 계열이 아닌데, 어떻게 그 자리까지 올라갔는지 신기하다.
가족에게 버림받는 것이 회사에서 오래 살아남는 비결일지도 모른다. 강 부장은 맛있는 거라도 사 먹으라고 하면서 내 주머니에 오만 원짜리 몇 장을 쑤셔넣었다.
-해피 아워



어른이 되면 멀미를 안 하게 될 거야. 어른이 되면, 다 괜찮아질거야. 어른이 되면.
-민달팽이



명품 가방을 든 사람? 보석을 주렁주렁 매단 사람? 그런 거 필요 없어. 우리가 노리는 건 외로운 사람이야. 외로운 사람한테선 쿰쿰한 입 냄새가 나. 잘못 말린 생선 냄새. 상한 청국장 냄새 같은 거. 거기 달라붙어서 아들처럼, 애인처럼 굴면 돈은 어떻게든 튀어나와. 대출을 받든 전세금을 빼든 알 게 뭐야.



내가 잘못 살았구나, 하고 말입니다. 한결같이 성실한 삶을 살아왔는데 나는 왜 여전히 가난하지. 누구도 속이지 않고 정직한 삶을 살아왔는데 나는 왜 천덕꾸러기가 되었지. 그런 의심이 들다 문득 깨닫게 되는 겁니다. 잘못 살았구나. 이 세상은 더 이상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을 원하지 않는데 나 혼자 촌스럽게 그딴걸 자랑스러워하면서 살았구나.



그 즈음에 나는 발견한 겁니다. 순환의 고리가 일그러져 있다는 사실을요. 돈이 돈을 좇는 것처럼 가난은 가난을 좇습니다. 불행을 맹렬히 뒤쪽는 건 불행뿐이죠. 보이스 피싱에 당한 사람은 취업 사기에도 당하고 다단계 사기에도 당하고 투자 사기에도 당합니다. 오로지 마이너스로 순환되는 인간들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반대로 플러스만 순환되는 인간들이 있지요. 소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인간들 말입니다. 나는 뒤늦게, 순전히 노력으로만 플러스 궤도에 오른 참이었습니다. 절대 내려오고 싶지 않았어요. 올바른 순환이란 건 말입니다. 무한히 마이너스 궤도를 돌고 있는 사람을 내 옆에 붙여두면 완성되는 겁니다.
-순환의 법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