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탐방서점 -금정연과 김중혁, 두 작가의 서점 기행

uragawa 2016. 10. 2. 21:07

제가 언젠가 ‘책등포비아’라는 개념을 생각한 적이 있는데, 꽂아놨을 때 이게 어떤 책인지 규정이 안 되면 힘들어하고, 심지어 뭔가 헐겁다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 걸 볼 때마다 어떤 사람들한테는 책이라는 것이 무겁고 소중한 매체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독립출판의 제작 방식을 가진 책을 유통할 때, 거기에서 생기는 충격파가 꽤 클 때가 있습니다.



배포하고 판매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점은 저희가 좋아하는 책이 기준점 이하로 판매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것. 이 책은 좋다, 이 책은 잘 팔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책들이 늘 호응을 받았던 것이 좋았습니다. 또 ‘아 이건 돈이 필요해서 하는 거야’라는 말을 안 해서 행복해요. 뭐 그런 멘트를 아예 할 수 없는 책들로 저희를 무장시키고 살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그렇게 관성화 되지 않아서 좋습니다.
-유어마인드



좀 낭만적인 얘기일 수도 있는데, 한 번 읽고 정말 좋았던 작품이 책장에 있다는 느낌만으로도 좋지 않나요?(웃음) 내가 원할 때 언제든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 안심되는 게 있어요.
-고요서사



저는 그런 마음가짐이 좋아 보이는데, 왜냐하면 자기가 다치면 자기가 만드는 세계가 사라지기 때문에 방어막을 만들어 놓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일단멈춤




금정연: 마지막 질문입니다. 한강문고가 앞으로 어떤 서점이 되면 좋겠는지. 불광문고를 포함해서.
최낙범: 직원들이 이 얘기 들으면 웃을 텐데, 직원들한테 재밌는 서점이 되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돈 벌긴 그른 것 같으니까. 9년 됐는데, 제가 투자한 것의 전부는 아직 회수를 못 했어요. 사업적 의미는 없다고 봐요. 이왕 사업적인 재미가 없으면 직원들한테 재밌는, 그러려면 여러가지를 고쳐야 되는데, 숙제예요.




특히 책방 사장들이 참 모르는 게, 직원들이 기쁘지 않은 것이 책에 그대로 드러나요. 책에 대한 실력은 중요하지 않아요. 책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아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일하는 게 즐거워야 돼요. 책 깔아서 그 책이 나가면 되게 기분이 좋아요. 서가에 꽂아 놨던 걸 진열했을 때 책이 나가면 사장이 칭찬해서 좋은게 아니라 그냥 좋은 거예요. 
-한강문고



지금도 서점을 하시려는 분들이 많은데, 치열한 생계 수단으로 생각한다면 정말 자신의 비즈니스 감각을 점검하셔야 합니다. 자기 자신을 잘 들여다보면 거기에 정답이 있어요. 저는 ‘망설여진다면 하자’는 주의예요. 제가 좋았으니까 권하게 됩니다. 내가 뭘 할 때 신나고 즐거운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 스스로를 다운되지 않게끔 하는 노하우를 많이 알고 있고요. 그러다보니 잘 안지치죠. 각자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시려는 분들에게 막연한 두려움과의 싸움에서 기꺼이 한발 내딛으시라고 권하고 싶고요.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령 잘 안돼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배우게 되잖아요.
-땡스북스



돈을 많이 벌고 좋은 차를 타는 게 성공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거기에 휩쓸리지 않아야 한다고 봐요. 특히 예술이나 문화를 하는 사람들은 그런 데 흔들리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서점 경영은 큰 비즈니스가 아닌데요, 매출이 많아야 하고 많은 책을 팔아야 한다고 보지 않아요. 더 크게 키워서 이익을 내기보다는 내가 팔고 싶은 것을 팔고, 팔리지 않아도 이런 것을 소개하고 싶다는 가게만의 스피릿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초청 강연: 호리베 아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