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디자이너, 직업을 말하다

uragawa 2015. 5. 12. 23:30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디자이너는 예술가가 아닙니다. 물론 디자이너도 구상과 프로세스를 시각화하기 위해 예술적인 방법을 동원합니다. 그러나 예술가와는 달리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합니다.



나는 당신이 책을 빨리 읽고 나서 다시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얇게 만들었다. 이 책에서 나는 어떤 ‘체계’를 두지 않았다. 이 책을 읽다가 
‘일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라고 요란하게 약속하는 색인카드 따위를 사기 위해 허겁지겁 뛰어갈 일도 없을 거다. 현실을 직시하라는 말도 하지 않겠다. 버킷리스트에 다섯 개의 항목을 추가할 일도, SNS 전략을 수정할 필요도 없다. 아무도 몰랐던 비밀을 찾아낼 일도 없을 것이다. 다만 당신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고, 당신의 기술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디자인의 목표
를 정했다면, 이제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모아야 한다. 당신이 목표를 충족시킬 해법을 디자인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다. 폭넓게 사전조사를 하지 않고 무턱대고 디자인만 할 수는 없다. 마치 토지를 측량하지 않고 서 집을 지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방식(익숙한 형태나 용어, 상호작용 등)과 참신성(사용자들을 참여시키고 즐겁게 만드는 새로운 형태)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맞출 때, 성공적인 디자인이 나온다. 참신한 형태를 사용하는 이유는 사용자가 이 사이트에서 좀 더 오래 머무르거나 다른 사이트가 아닌 바로 여기서 바지 한 벌이라도 사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고객의 사업목표를 위해 참신한 형태를 도입했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목표 달성과 상관없다면 그것은 그냥 새로울 뿐, 성공적인 디자인이 될 수는 없다



고객은 누군가를 고용할 때 그 사람의 자신감을 본다. 고객을 놓치고 싶은가?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잔뜩 겁먹고 긴장해서 벌벌 떠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그렇다고 해서 일을 따내기 위해 관심 없는 척 밀고 당기기를 하며 고객을 애타게 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내가 당부하고 싶은 말은 
‘당당하게 행동하라’는 거다. 고객이 디자인 뿐만 아니라 자기 회사의 평판까지도 당신에게 맡길 수 있을 만큼 당당해져야 한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어떻게 일을 맡기고 돈을 주겠나? 그러니 글을 쓰고 디자인을 하고 당신을 널리 알려야 한다. 그 결과가 좋을지 나쁠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 앞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면, 고객은 당신을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글 솜씨는 쓰면 쓸수록 나아진다.



‘행동 불변의 법칙’이라고나 할까? 사람들의 행동 방식은 계약 전이건, 계약 후이건 바뀌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니 직감을 믿어라. 고객이 지금 단계에서 당신의 요청에 답하는 속도가 늦다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도중에도 느릴 것이다. 요구사항이나 기술적 제약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면, 피드백을 얻는 건 그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절대 공짜로 일하지 마라. 그런 일은 돈 받고 하는 것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마련이다. 당신에게나 고객에게나 이로운 상황이 아니다.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



고객과 일하기로 결정하기 전에 먼저 자문해보자. 고객이 해결해달라고 요청한 문제 옆에 당신의 이름이 들어가도 괜찮을까? 그들은 진짜로 세상에 필요한 일에 기여하는가? 돈을 많이 받는 건 문제될 게 없다. 내가 이 책을 쓴 목표 중 하나는 합당한 돈을 제대로 챙기라고 권장하는 것이다.



어떤 물건이든 자기 돈을 내고 사면 공짜로 얻을 때보다 훨씬 더 소중하게 여긴다. 당연한 이치다. 신경 써서 관리도 한다.



고객은 당신의 시간을 사는 게 아니다. 작업을 사는 거다. 그러니 당신은 그 작업이 지닌 가치만큼의 금액을 고객에게 청구해야 한다.



다음 리스트는 아무 말 없이 지나쳤다가 느닷없이 당신 몫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작업 목록들이다. 가격에 반영하지도 못한 채 이 끔찍한 작업을 해야만 하는 상황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 카피라이팅
  • 백엔드 개발
  • 현지화 작업
  • 비디오 제작과 모션 그래픽
  • 맞춤형 일러스트레이션
  • 콘텐츠 이전
  • 부가적 인쇄물
  • 콘텐츠 관리 시스템 맞춤화
  • 검색 엔진 최적화
  • 유지보수 관리 





원하는 금액을 받아내는 비법이 세 가지 있다. 당신의 청구 금액이 적절한지 알아내기 위해 진행하는 사전조사, 그 액수를 요구할 수 있는 자신감, 그리고 그것을 받아낼 수 없을 때 기꺼이 물러설 수 있는 용기이다.



좋은 작업을 위한 원동력은 바로 당신의 프로세스다. 당신은 디자이너로 일하는 동안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수정할 것이다. 때로는 새로운 것을 배웠기 때문일 수도 있고, 때로는 디자인 산업 전체가 발전해서 그것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프로세스는 당신이 일하는데 사용하는 기본틀이 된다. 그래서 “작업을 마치면 우리 사이트는 어떤 모습이 될까요?”라고 잠재적 고객이 물어오면 우리는 이런 식으로 대답한다. “오, 아이디어가 전혀 떠오르지 않네요. 하지만 어떤 프로세스를 적용해야 할지는 알고 있어요.”



이런 일에서 가장 흔한 예는 고객이 “우리는 이미 사전조사를 상당 부분 진행해왔습니다. 그걸 드릴 테니 사전조사 단계는 생략합시다.”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 고객이 해온 사전조사 결과를 보는 거야 뭐,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기도 하겠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 나름대로 진행해야 하는 사전조사를 대신할 수는 없다. 핵심은 사전조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다. 사전 조사는 다른 사람이 대신해 주면 일을 덜었다고 좋아하면서 선뜻 허락할 수 있느 종류의 일이 아니다. 누가 하든 상관없는 체크리스트
 항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혁신과 유행을 구분하는 것이 디자이너로서 해야 할 일이다
. 그리고 고객이 혁신을 추구하되 유행을 무시하게 하는 것도 당신이 맡은 일이다. 고객이 유행하는 방식을 고집한다면, 한물간 유행의 사례를 들어라. 한때는 첨단의 유행을 반영했던 그 디자인이 지금와서는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얼마나 큰 역효과를 낳는지 콕 집어 얘기해라.



고객에게 ‘디자인을 이해시키려고’ 하지 마라. 그 대신 고객이 무슨 일을 시키려고 당신을 고용했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려라. 당신의 선택이 어떤 식으로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어가는지 설명해라. 이건 마법이 아니라 산수다
. 당신의 작업을 보여줘라. 고객이 단박에 알아차리기를 기대하지 말고, 이해하지 못해도 탓하지 마라. 그들을 납득시켜라.



어떤 기능이든, 이유가 있어서 만들었다는 점을 기억해라. 거기서부터 얘기를 시작해라. 거기 있어야 할 이유를 대지 못한다면, 아마도 그 기능은 필요없다는 신호일 것이다.



많은 고객이 적절한 피드백을 디자이너에게 무언가를 수정하라고 지시하는 것과 혼동한다. 많은 디자이너가 명령조의 피드백을 받으면 언제나 불평한다. 반대로 지시하는 피드백을 받지 못하면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한다. 맞다. 
‘디자이너가 까다롭다’는 평판에는 다 이유가 있다. 고객이 디자인 피드백을 주는 전문가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명심해라. 그러니 디자인에 관한 한, 해결책을 찾아야 할 사람은 고객이 아니라 당신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 또 해결책을 찾으라고 그들이 당신에게 돈을 주고 있다는 사실도 상기시키자.



피드백은 반드시 문서로 받아야 한다. 이메일도 괜찮다. 피드백을 받는 즉시 고객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보내줘서 고맙다고 인사해라. 자, 그럼 이제 편히 앉아서 긴장을 풀어라. 고객의 피드백을 읽을 때는 마음을 편히 갖는 것이 중요하다. 어쩌면 먼 여행을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마음을 열어
두고…. 고객의 피드백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곳으로 당신을 데려가기도 하니 말이다.

두가지만 진지하게 기억해라.

  • 당신과 고객 모두 최선의 의도를 가지고 같은 목표를 향해 일하고 있다.
  • 고객은 대부분 피드백을 전달하는 방법에 대하여 훈련받은 적이 없다.(당신에게 훈련받은 것을 빼면 말이다.)

만약 피드백을 디자인 시안 형태로 받는다면, 상황이 더 끔찍해진다. 그들이 보낸 시안 전체를 하나하나 분해해서 의도를 파악하고, 각각의 요소를 알아낸 다음, 그 시안을 모방해서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시간도, 예산도 낭비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그저 일을 따내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고 해서 불리한 기간 조건을 덥석 받아들이지는 마라. 가난보다 더 나쁜 것도 있다. 가난한데다 남에게 시간까지 바쳐야 하는 상황 말이다.



계약서에 서명하는 대로 착수금을 받는다. 당신도 착수금 없이 프로젝트를 시작하지 마라. 만일 그렇게 한다면 당신이 가진 협상력을 모두 잃고 넷30에 만족해야 할지도 모른다.



목표란 항상 제대로 달성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열심히 일했다고 해서 퀄리티가 좋은 것은 아니며 그 일의 목표를 달성한 것도 아니다. 열심히 일한 것과 잘한 것을 착각하면 안된다!
)



디자이너 중에 좋은 디자이너와 나쁜 디자이너가 있는 것처럼, 마케팅 전문가 중에도 좋은 마케팅 전문가와 나쁜 마케팅 전문가가 있다. 좋은 마케팅 전문가는 사용자를 위해 일한다. 반면 나쁜 마케팅 전문가는 광고주를 위해 일한다.


나쁜 디자이너와 나쁜 마케팅 전문가를 같이 붙여놓으면 엄청난 쓰레기를 내놓게 된다. 양쪽 모두 아주 심한 불평을 해댈 것이고, 결국 “저 사람이 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든다.”라는 말이 나올 것이다. 



이제 게임은 당신이 얼마나 디자인을 잘하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당신이 얼마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을 잘해서 좋은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게 안 된다면, 당신의 능력은 혼자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으로만 제한되어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당신도 실수할 것이다. 그것도 크게. 실수를 저지르면 당신은 그 실수를 인정하고, 상황을 정리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지금까지 실수 때문에 직원을 나쁘게 생각한 적은 없지만,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이 고객을 향한 실수라면, 당신은 책임자로서 손을 들고 당신의 실수라고 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