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아트리체는 그날 이후 이 곡을 다시는 듣지 않았지만 음 하나하나가 귀에 익고, 가사 하나하나가 가슴을 파고들었다. 몇 달 동안이나 남아서 맴돌았던 향냄새, 꽃과 슬픔의 냄새, 특히 혀에 느껴지는 쓴 금속 맛. 죄책감이란 천천히, 끝까지 맛보게 될 무엇이었다.
그 남자. 왜 내 머릿속에서는 범인이 늘 남자일까?
“어제…… 노라의 시신을 확인했어요.”
그는 쥐어짜듯 단어 하나하나를 말하는 것 같았다.
“아내가 맞았어요…… 그리고 아내가 아니었어요. 예전의 노라가 더는 아니었어요.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이제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냥…… 사물이었어요.”
그의 온몸이 한 번 떨렸다. 그는 몸을 돌려 바지에서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닦았다.
베아트리체는 그가 다시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아요.”
그 말을 거짓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죽은 사람들이 마치 잠든 것처럼 보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죽은 사람들은 낯선 인종처럼 보였다.
파펜베르크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물론 형사님께는 별로 새로운 일이 아니겠죠.”
“그런 뜻이 아니에요.”
베아트리체는 적당한 말을 찾으려고 애썼다.
“죽음에는 결코 익숙해질 수 없어요. 아세요? 늘 고통스러워요. 언제나요.”
“적절하지 않은 날, 적절하지 않은 시각, 적절하지 않은 분위기야.”
“물 한잔 드실래요?”
그는 한 번도 달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매번 이렇게 물었다. 이번에도 그는 고개를 저었다.
“지난주는 어떻게 지내셨어요?”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 눈을 쳐다보았다.
“자살하지는 않았어요.”
늘 같은 대답이었다.
“커피 마실래?”
그는 손목시계를 쳐다보고는 눈썹을 올렸다.
“카페인으로 자살하기. 하지만 한 잔 마시고 싶어. 앉아 있어. 내가 할게.”
그럴 거 같아 보이는 모든 건 틀릴 것이다.
N47˚26.195; E013˚12.523
당신들은 모든 걸 알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할 거야.
그녀는 노트북을 닫고 냉장고로 갔지만 냉장고 문 쪽 칸에 몇 달간 들어 있는 마지막 맥주 한 병과 탄산수 중에서 어느 것을 마셔야 할지 결정할 수 없었다.
결국 물을 선택했다. 그녀는 병째 들고 물을 들이켜며 입 안, 목과 위에 퍼지는 시원한 탄산을 즐겼다. 트림을 누르며 도대체 누구한테 예의를 갖추기 위해 트림을 참는지 생각했다.
누군가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곧 그 소리가 자신이 낸 소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웃으며 침대로 되돌아갔다. 다비트 품으로, 시간과 덧없음의 저편으로, 무질서한 천국 속으로.
그녀는 어제 읽기 시작한 책을 탁자 위에서 집어 올렸다. 몇 년 전부터 책장에 꽂혀 있기만 했던 『얼음과 어둠의 공포』라는 책이었다. 우물 속에서 밤을 보낸 후 그녀는 어머니에게 부탁해서 병원으로 이 책을 가져오게 했다. 어머니는 이 책을 읽겠다는 그녀를 향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베아트리체는 이 책의 문체가 마음에 들었다. 베아트리체는 이제 구할 수 없게 된 ‘테게트호프 사령관’과 함께 북극해의 얼음덩어리 아래로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