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탐정은 바에 있다

uragawa 2014. 10. 24. 20:43

“모르겠어. 뭔가 있으면 전화할게.”“이제부터 어떡할 거야?”

“그래. 언제든지 연락해. 이봐, 기운이 없어 보이는군.”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마쓰오는 히죽 웃고 밖으로 나갔다.

 

 

 

“들어봐, 나는 알코올중독은 아니라고. 그냥 알코올의존증이야. 알코올중독이 아니라고. 그 둘은 큰 차이가 있어.”

“그건 몰랐네.”

“모르는 녀석이 꽤 있지. 그리고 말이야. 아무리 마셔도 간이 상하지 않는 비법이 있어. 그거 알아?”

“몰라.”

“당신도 술꾼이라면 알아두는 편이 좋아. 단백질이야.”

“오호.”

“단백질을 먹으면서 마시면 말이지. 간은 불사신이라고.”

 

 

 

나는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전화의 좋은 점은 친한 친구가 손을 흔들거나 등을 돌리거나 걸어서 떠나가거나 하는 모습을 지켜보지 않고도 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철 기타 24조 역 근처에서, 프림과 설탕을 넣지 않아도 마실 수 있는 커피를 몸속에 넣었다. 가게에는 <시칠리아 무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시끄럽지 않은 좋은 찻집이다. 커다란 창문으로 겨울 오후의 약한 햇살이 밝은 쓸쓸함을 띠며 나를 비춘다. 좋은 오후다.

이상적으로 시간을 때우는 방법이란 이런 것이다.

<시칠리아 무곡>에 귀를 기울이며 커피를 홀짝이고, 저녁까지 알베르 사멩을 읽는다. 그런 뒤에 가까운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 <매피스토>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뒤에 ‘켈러 오하타’에서 러스티 네일 커스텀을 마신다. 그런 뒤에 전화로 누군가 불러내서 ‘플라밍고 드림’에 가는 것도 괜찮겠다. 상대에게는 하와이안 라인을 마시게 하자. 나는 라이트 아이를 마신다. 그리고 여자를 좋아하지만 자는 건 꺼리는 나이므로, 둘이서 초밥이라도 먹고 여자를 집까지 데려다준다. 그런 뒤에 집으로 돌아와서 푹 잔다. 좋은 하루다.

 

 

 

지금의 일본은 그 시기에 모든 인간이 세 종류로 선별된다. 쉽게 통과하는 사람과 어떻게든 통과하는 사람과 낙오자다. 여기서 넘어진 인간은 대개의 경우, 구원의 손길도 얻지 못하고 나머지 수십 년의 인생을 낙오자로서 살아가게 된다. 불합리한 이야기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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