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

uragawa 2013. 7. 22. 23:23

1년 후, 5년 후, 어떠한 미래건 오늘이라는 날을 넘기지 못하면 영원히 오지 않는다. 걱정은 미래가 아니라 오늘, 지금 해야 한다.

-신의 정원 中





이유가 수없이 많다는 말은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말하고 똑같지 않을까, 하고.



자연은 명쾌해서 좋다. 카를로는 그런 말을 자주 했다. 인간은 명쾌하지도 않고 단순해지지도 못해.



인간은 언제나 처음 일만 기억한다.

첫 만남, 첫 데이트, 첫 키스. 처음 사랑을 나누었을 때의 일. 하지만 마지막 일은 언제나 흐지부지해진다. 그게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그 당시는 의식하지 못하는 일도 많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경우도 있다. 아아, 그때가 마지막이었구나 하고 우리는 언제나 멀리 있는 경치를 바라보는 사람처럼 회상할 뿐이다.

-이유 中





어머니도, 바로우 지방 사람들도 보이지 않는 존재의 그늘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있었다. 그 사람들은 끊임없이 죽음을 바라보기에 현실의 삶에 집중하지 않는다. 어째서 죽은 자보다 살아 있는 사람의 힘찬 움직임을 더 소중히 여기지 못할까?

-블레누아 中





진실은 언제나 나를 무너뜨린다. 진실은 가차없다.



한 군데 가만히 앉아 있다 보면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지나간다. 노인, 아이, 관광객, 들개, 들고양이. 가족, 학생, 샐러리맨, 경찰관, 가게 주인, 부부, 친구, 연인. 사람들(또는 동물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가끔씩 상상한다. 나와 마누엘은 우리를 모르는 사람들 눈에 어떤 식으로 비칠까 하고 말이다.



마누엘이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술이 아니라 술자리다. 그 자리에는 대화가 있고 침묵이 있고 사람이 있고 인간관계가 생겨난다(혹은 무너진다). 시간이 독특한 방법으로 흘러서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사람들과 기억들이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같은 사물을 같이 ‘본다’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서로 다른 사고가 서로 다른 육체에 갇혀 있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어느 특정한 때에 특정한 장소에서 같은 사물을 같이 ‘본다’는 자체가 큰 의미를 가진다고 믿는다.



지금 여기 있으면서도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장소나 시간을 생각하고 있는 마누엘이 나를 더욱 고독하게 만들었다.

-알렌테주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