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 패배자. 희망, 꿈.대화할 때마다 툭툭 튀어나오는 그런 단어들은 지금까지 미유키가 그려온 미래―그저 무난한 일생을 보낼 수만 있어도 감지덕지라는―의 가느다란 심지를 뒤흔들었다. 드라마틱한 한때를 가진 남자 곁에만 있어도 그녀 자신까지 그 드라마의 일부가 되는 것 같았다. 다카시가 말하는 ‘꿈과 희망’은 폐허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먼지를 꼭 닮은 것이었다. 잠시 피어올랐다가 다시 원래 자리에 내려앉는다. 여기에서 탈출하는 일도 없고, 닦아낼 만한 계기도 찾아오지 않는다.-셔터 찬스 中 미키코의 마음속에 고여 있던 물이 그때까지 일정했던 수위를 잃고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문득 사이교의 자비심 깊은 눈빛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좌우로 흔들리다가 한 바퀴 빙글 도는 눈. 미키코도 함께 빙글 돌았다.-금일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