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편집 9

책의 미래를 찾는 여행, 타이베이

당시에는 제가 서점을 열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한 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런 해외의 재미있는 물건이나 공간을 대만에 들여오기 위한 목적만으로 폰딩을 만든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에요. 콘셉트 스토어라는 매장 자체보다도 이런 작은 공간을 통해 표현되는 힘이나 사고방식이 서점을 열 때 자양분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이런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은 ‘이 넓은 세상에 한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서점이나 갤러리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어떤 가치나 스토리를 부여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해요. 예전에 ‘한 도시의 독창성은 독립서점의 수로 알 수 있다’라는 말을 듣고 정말 그렇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동네에 다양한 서점이 있으면 식사를 하거나 쇼핑을 할 가게 외..

한밤의 도서관 2020.09.16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일단 유튜브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최소한의 조건이란 구독자 수 1천 명, 시청시간 4천 시간입니다. 둘 모두를 충족해야 하므로 꽤 어렵습니다. 채널에 정기적으로 방문할 의사가 있는 사람이 천 명을 넘어야 하고, 사람들이 실제로 시청한 시간의 총합이 4천 시간, 즉 24만 분을 넘겨야 합니다. 10분자리 영상 열 개를 올렸다면, 적어도 2천4백 명이 그 열 개의 영상 모두를 처음부터 끝까지 봐야 합니다. 이 허들을 넘으면 유튜브에 수익 창출 요청을 할 수 있습니다. 저로 인해 누군가는 책을 다시 읽고, 누군가는 유학을 떠나고, 누군가는 검정고시를 보고, 누군가는 전공을 결정하고, 누군가는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소식을 접하는 것은 경이로운 일입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영향을 ..

한밤의 도서관 2019.09.19

책갈피의 기분

언어의 기본 역할은 뜻을 통하게 하는 것이 첫째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나도 일상에서는 어마어마하게 대충 말하고 쓴다. 편집자가 대순가, 바빠 죽겠는데. 실장님ㅁ~ 종이 들어갓나여? ㅃㅏ릴빠ㄹ리빨리빨리 대펴님 이거 빨리 확인해주샤야 마감햅니다 편집자가 되어서 저따위로 언어를 파괴한다고 비낸해도 진짜 어쩔 수 없다. 생존형 언어니까.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으면 안 된다고들 하던데, 그 말에 정말 200퍼센트 공감한다. 책이 좋아서 책 사이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결국 그 책 사이에 끼어 납작한 책갈피의 기분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일을 하면서 가장 날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띄어쓰기’다. 미친 듯이 어려운 건 사실 아닌데 진짜 너무 헷갈리고 애매하다. 이미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시는 문제를 넘어서 ‘찾아보..

한밤의 도서관 2019.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