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은 숙련돼 있지 않아 살아 있는 사람의 살을 꿰맬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죽은 사람의 상처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불태워질 것이므로 어설픈 인턴이 맡는다. 나는 심상치 않은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터무니없는 일이 너무 자주 일어나서, 원래 세상 일이란 인간들의 육신이 이토록 부서지고 시들어가는 과정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매번 인간 세상에서 벌어지는 불행의 변주를 의연하게 눈 하나 껌뻑하지 않고 받아들이곤 했다. 그들이 그날 전 지구에서 가장 불행해지는 꼴을 보면서, 괜찮으냐는 말 따위를 건네야 했을까. 세상에는 자신의 말이 쓸모없음을 깨닫고도 꼭 그 말을 해야 하는 멍청이가 있다. 그것이 그날의 나였다. 외과 인턴의 업무 중에는 수술방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