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을 시작했을 때, 당연히 마당이 딸린 단층 시골집에 살 거라 상상했다. 시골에 빈집이 점점 늘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며 저 가운데 한 곳에 살 수 있겠지 기대했다. 하지만 서울이나 시골이나 집이 문제였다. 모든 물건은 쓰다 보면 세월의 흔적이 남는다. 구멍이 나거나 바래거나 닳거나 깨지거나 금이 간다. 그것들을 수리해서 이어 쓴다면, 새로이 만드는 기술을 어렵사리 익히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달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 힘들지만, 유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건 보다 가볍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요새는 ‘되살리는 기술’에 더 큰 관심이 생겼다. “잡곡이라고 하지 말고 밭곡이라고 해. 우리 어머니는 옛날부터 그렇게 불렀거든!” 수수, 조, 보리 등을 싸잡아 이르는 잡곡이라는 말은 일제 강점기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