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대지 사이에서 개미처럼 좀스럽게 살다 보면 마음까지 대자연에 짓눌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베어낸 목초와 똑같이 서서히 발효해 양분도 불어나고 이윽고는 퇴비가 된다. 다쓰로는 몸의 깊은 안쪽부터 썩어서 흙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한 마음이 들었다. 그에게 산다는 것은 더 이상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 파산 면책을 받은 시점에 함께 상실해 버린 뭔가가 있었다. - 설충 中 “나는 사랑과 일 중에서 어느 쪽인가를 선택해야 할 때는 둘 다 내버리고 싶어져. 그래서 항상 양쪽 다 확실하게 손에 넣을 방법만 생각하려고 해.” 결혼과 이혼을 거쳐 마흔을 코앞에 두고 보니, 힘겨울 때 혼자서 뚫고 나가겠다는 각오만 단단히 해두면 의외로 힘든 일 따위 찾아오지 않는 법이라는 것도 차츰 알게 되었다. 액운도 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