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들리지 않는 이유는 발음을 모르기 때문도 아니고 상대방이 말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도 아니다. 상대방이 말하는 문장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 안에 그 문장이 축적되지 않은 것이다. 알아듣기 어려운 록 가수의 노래도 가사를 보면서 들으면 의외로 귀에 쏙쏙 들어온다. 그리고 일단 가사가 들리면 그 밖의 소리는 희미해져버린다. 즉 영어를 읽는다는 것은 그와 같은 만능의 가사집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두려움의 실체는 문법이 아니라 ‘문법 용어’가 아닐까. 문법이란 예를 들면 ‘이야기의 주인공은 문장의 첫 머리에 온다’와 같은 규칙일 뿐이다. 문법에 따라 주인공을 ‘주어’라고 부르고 문장 중에 쓰인 단어나 어구를 ‘명사’나 ‘명사절’이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명칭이 바로 ‘문법 용어’다.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