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지로는 쾌활하게 들리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구니마사는 순순히 수긍할 수 없었다. 젊을 때보다 죽음이 가까워진 만큼 두려움도 커진 탓인지 모른다.지금까지 만나고, 먼저 떠나간 사람들의 기억도 내가 죽으면 깨끗이 지워지는 걸까. 혼자 지내는 밤은 느리게 흘러간다. 화장실에 가느라 두 번 일어났지만 그때마다 ‘도대체 날은 언제 새나’하고 진저리를 쳤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고 해서 활력이 샘솟는 것도 아니면서.이건 뭐, 천천히 죽어가고 있는거나 마찬가지야. 구니마사는 반듯하게 드러누운 채 컴컴한 천장을 올려다 보았다. 나이 먹는다는 게 이런 건가.화가 나는지 우스운지 개운한지 모를 복잡한 기분으로 눈을 감았다. 이번에야말로 아침까지 요의 때문에 깨지 않고 잠들기를 빌었다. 허무함은 삼키면 되고, 쓸쓸함은 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