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렇게 느낄 때도 있었다. 천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게 솟아 있는 수직의 깎아지른 절벽이며, 배후에 있는 흐릿한 대지도 이와 똑같은 절벽이고, 탑은 이 두 절벽 사이로 팽팽하게 쳐진 밧줄이다. 아니, 가장 끔찍했던 것은 한순간 위아래의 구분이 사라져 버리고, 자신의 육체가 어느 쪽을 향해 끌리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가 없었던 순간이었다. 높은 곳에 대한 공포를 닮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지독했다. 뒤숭숭한 잠에서 깨어나면 온몸이 땀에 젖어 있고, 자면서 벽돌 바닥을 움켜쥐려고 했던 탓에 손가락이 경련을 일으키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그는 광산의 갱도 안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었던 두려움을 맛보았다. 천장이 머리 위로 무너져 내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힐라룸은 물이 천장에 닿기 직전에 마지막 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