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놓아줄게
어쨌든 오늘이 그날이다. 지금 당장 가지 않으면 영영 떠나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직감하고 여행 가방에 들어가는 만큼만 짐을 꾸린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리라 생각하면서 집안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그렇게 생각하니 두렵고도 자유롭다. 내가 할 수 있을까? 현재 삶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을까? 이곳에 남아 있을 수는 없고 어디로 가야할지도 알 수 없어서 걷기 시작한다. 자신과 게임을 하기로 한다. 어디로 향하든 다음 골목에서 왼편으로 꺾은 다음 다시 오른편으로 꺾어 처음 나오는 교차로에서 곧장 앞으로 갈 것이다. 도로 표지판을 보지 않는 대신 교차로마다 가장 좁은 길을 택한다. 사람들이 가장 덜 다니는 길을 간다. 어지러움을 느끼다 못해 발작을 일으킬 것만 같다. 지금 무엇을 하는 거지? 어..
한밤의도서관
2016. 6. 14. 2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