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뱃속이 묵직했다. 누군가를 찾는 듯한, 혹은 누군가가 자신을 찾는 듯한 불안한 기분에 무작정 걸었다. 문득 비린내가 나서 손가락으로 배를 더듬었더니 뭔가가 미끈거리고 축축했다. 흙탕물이 묻었나 싶어 손을 들어보니 피였다. 깜짝 놀라 내려다보니 물컹한 내장 같은 물체가 비어져나와 있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하늘을 올려다보자 하늘 한 모퉁이가 하얗게 빛났다. 어떻게든 저기까지 가자, 저 하늘 아래 만나고 싶은 사람이,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 사토시는 그렇게 확신하며 발걸음을 떼었다. 축축하게 젖은 옷이 피부에 달라붙는 감촉이 불쾌했지만,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싶어서, 누구를 만나고 싶은지도 확실히 알지 못하면서 무작정 걸었다.
다카가키에 있을 때 사토시는 가끔 고이치를 생각했다. 창밖으로 바다를 보며 고이치를 생각하는 지금 이 밤처럼, 어디에 있든 곁에 없는 친구를 떠올릴 때는 늘 똑같은 정신적 거리가 유지된다. 마치 죽은 사람을 생각하듯, 익숙한 기억의 회로를 통과해, 시간도 거리도 상관없는 담담한 그리움으로 지금은 만나지 못하는 친구를 떠올린다.
사토시도, 고이치도 매일 밤 별이 뜬 하늘을 올려다보지는 않는다. 그래도 가끔은 이렇게 함께 지붕에 올라 밤하늘을 봤던 일을 떠올릴 것이다. 방에 혼자 있을 때. 자려고 눈을 감았을 때. 그런 생각을 하자 사토시는 왠지 쓸쓸해졌다. 기쁘고 가슴이 따스해지는 소중한 것이 있으면 쓸쓸해진다는 걸 사토시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아버지는 마을의 규칙 그 자체야. 쌓이고 쌓인 눈처럼 규칙으로 단단하게 굳어졌어. 눈은 내리면서 쌓일 때는 아름답지만, 녹기 시작하면 지저분하잖아. 발자국이나 먼지로 더러워져서.”
눈이 쌓이는 일이 없는 오가미 섬에서 살아온 고이치는 눈을 깜빡이며 사토시의 말을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쌓인 눈을 파보면, 그 안에는 하얀 눈이 있잖아.”
고이치는 말했다.
“분명히 안에는 부드러운 눈도 있을 거야. 딱딱해진 부분을 녹이면. 그러는 사이 새로 하얀 눈이 쌓일지도 모르고. 밑에 깔려 단단해진 부분은 애를 좀 먹겠지만 말이야.”
고이치는 자유의 조건을 두고 ‘도망치고 싶은 곳이 있고, 떠나는 곳에는 언제나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토시는 오가미 섬에서 도망치고 싶은 게 아니었다. 그저 나가고 싶을 뿐이었다.
인간은 정말 희한한 존재라고 이누마루는 생각했다. 형태가 없는 마음을 헤아려 그것을 말로 표현한다. 소중한 보물처럼 가만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