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생각하면 난 왠지…… 오카다, 넌 어떨 때 외로워져?”
“맛있는 음식을 다 먹었을 때.”
“그래도 연애편지인데 뭐 다른 거 없어?”
왜 너한테 내 외로움을 털어놔야 하는데? 그렇게 생각했지만, 데라지마는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하는 수 없이 머리를 굴려봤다.
“글쎄…… 해질녘에 선로를 따라 길을 걸을 때 말야.”
“응.”
“전철 창문 너머로 집으로 가는 사람들 모습이 보이지만, 곧바로 스쳐 지나가지. 그렇게 전철이 몇 대고 내 옆을 지나가. 불 켜진 전철 안은 아주 조용하다는 걸 알 수 있어. 내가 걷는 거리도 조용해. 오로지 불꽃을 일으키는 전철만 사람들을 싣고 소리를 내며 달려. 그럴 때 난 왠지 외로움을 느껴.”
-영원히 맺지 못할 두 통의 편지 中
난 늘 이 점이 신기했다.
사람들은 사랑에 빠졌을 때, 그게 사랑이라는 걸 어떻게 정확히 알 수 있는 걸까?
-우리가 한 일 中
손님이 말을 걸지 않는 한 나는 먼저 다가가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하면 옷 입는 요령이나 재질, 세탁 방법을 비롯해 세상 사는 이야기 까지 모든 화제에 대응한다.
정말로 무섭고 공포스러웠다. 그렇게 쉽게 광적인 흥분에 휩싸이는 사람이 이상한 건지, 그 상황에 몰입하지 못하는 사랑이 이상한 건지.
광기와 정상의 경계는 늘 다수결로 결정된다. 누가 미쳤는지, 그 대답은 명백한 듯 보였다.
나는 사귀는 사람을 친구에게 소개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랜드캐니언에게 유성을 보여준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 둘은 내 안에서 떨어지던 유성이 마음을 바꿔 그랜드캐니언 쪽으로 방향을 튼다면 그야말로 대참사다.
유성은 혼자서 바라보는 게 좋다. 내 앞을 스쳐지나 사라질 때까지.
-밤에 넘치는 것 中
이 마을에서 나를 신부로 맞으려는 남자는 없다. 술잔을 채워주고 요리를 나르는 나에게 그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우리 학사님을 이렇게 부려먹다니. 학사님, 강의 한번 해주세요.
그 사람들에게 악의가 있는 건 아니다. 그저 약간의 신기함과, 여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쑥스러움 때문일 뿐이다. 내가 태어나서 자란 마을 이기 때문에, 그들의 기질도 사람 됨됨이도 잘 안다. 하지만 숨이 막힌다. 쟁반을 집어던지며 소리치고 싶지만, 뭐라고 소리를 질러야 할지 모르겠다.
-뼛조각 中
“무라타 선배는 특별히 필요도 없는데 히로시마로 자주 출장을 갔어요. 당일치기도 가능한데 꼭 하룻밤을 묵고요. 그것도 모두 회사 경비로. 같은 부서 사원들 사이에 불만이 쌓였어요. 아무리 강력한 연줄이 있어도 무능한데다 쓸데없는 지출만 하는 사원을 그냥 두고 볼 회사는 요즘 없죠. 당신 남편은 끝입니다. 운이 좋아 해고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한동안 한직으로 쫓겨나고 앞으로도 승진은 바랄 수 없겠지요.”
처음부터 고립된 상태라고 사토코는 생각했다. 누가? 하지마? 유지? 아니면 사토코 자신? 어쩌면 셋 모두일지도 모른다. 근사하게 포장된 상자 안에 들어가려고 주위를 빙글빙글 맴도는 것뿐 일지도 모른다.
유지가 말한 그대로라고 사토코는 생각했다. 복수 같은 건 누구도 할 수 없다. 앙갚음도 마찬가지다. 모든 걸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것. 가능한 건 그뿐이다. 그것만 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집에서 보는 야경은 그날 밤도 눈부셨다.
-페이퍼크래프트 中
친구 결혼식에 참석할 때마다 느끼는 약간의 위화감.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외모도 뜨악할 정도로 심하진 않은 무난한 상대와, 적령기라는 나이에 짜고 치듯이 허겁지겁하는 결혼. 나는 거기서 아름다움을 찾지 못했다. 스테마쓰와 있으면 그런 동떨어진 듯한 느낌이 없다.
까짓 것 뭐 어때. 나는 스테마쓰의 손을 잡은 채 킥킥 웃었다.
스테마쓰와 숲은 걷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는 언젠가 식물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오늘처럼 절벽에서 아무도 모르게 떨어져 죽을지 모르고, 나는 내일이라도 자동차에 치여 죽을지 모른다. 우리의 앞날은 아무도 모른다. 그와 함께 갈 수 있는 곳까지 길 없는 숲속을 걷는 것도 좋을 것이다.
-숲을 걷다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