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새벽거리에서

uragawa 2011. 12. 13. 00:26

“죄송합니다. 편리한 말이죠. 그 말을 들으면 대개는 상대 편도 기분이 풀려 어느 정도의 실수는 용서해 주게 마련이거든요. 옛날에 내가 살던 집 옆에 공터가 있었는데, 동네 아이들이 자꾸 거기서 공을 갖고 놀았어요. 그 공이 우리 집 담에 맞기도 하고 때로는 담을 넘어 마당으로 들어오기도 했죠.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초인종을 누르고 애절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죄송합니다. 공 좀 던져 주세요. 그러면 어머니는 평소에는 아이들 공놀이에 대해 투덜거리셨으면서도 막상 아이들에게 대놓고는 별말씀 안 하셨어요. 물론 아이들도 그걸 알기 때문에 쉽게 죄송하다고 말하는 거였고요.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하는게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는 한마디로 만능 언어 같은거죠.”



즐거운 시간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 버린다.

그 시간이 반짝반짝 빛날수록, 그리고 그것을 얻기 위해 치른 희생이 크면 클수록 순식간에 우리의 손을 빠져나가고 만다.




대부분이 한 번씩은 결혼을 한다. 그 결혼이라는 것이 남들에게는 별일 아니지만, 결혼하는 당사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들 자신을 주목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물론 주목을 전혀 받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 봐야 결혼식과 피로연 때뿐이다. 그것이 끝나면 스타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자신의 장점을 상대방에게 최대한 드러내는 것이 연애라면, 결점을 있는 대로 드러내는 것이 결혼이다. 더는 상대를 잃을 염려가 없기 때문에, 연애할 때처럼 상대의 눈길을 끌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결혼을 동경한다. 결혼하기 전에는 나도 그랬다. 상대의 사랑을 얻기위해 노력하는 게 너무 힘든 나머지, 편안해지고 싶어 결혼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편안함을 얻는 대가로 많은 것을 잃게 된다는 사실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