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달콤한 작은 거짓말

uragawa 2011. 4. 28. 13:04

“밤이 되면 모두 집으로 돌아가잖아. 참 묘한 일인 것같아.”
여전히 밖을 보며 루리코가 말했다.
“맨션 창의 불빛들을 보고 있으면 말이지, 저 한 집 한 집마다 제각기 사람들이 찾아 들어가다니 신기하다 싶어.”
사토시도 키가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루리코는 좀 더 왜소해서, 정수리가 사토시 턱 부근에 온다. 그렇게 서로 포개듯이 서서, 하얀 보름달이 떠 있는 하늘을 보았다. 여기서 조용히 자신을 기다린 아내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낮에는 밖에 나가서 일을 하거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간혹 바람을 피우더라도 밤이 되면 각자 집으로 돌아오잖아. 참 신기한 것 같아.”
사토시는 얼어붙고 말았다.
- 밤 中



루리코는 잘 모르겠다. 펑펑 울고 나면 후련해질까.

하루오가 만드는 공기, 하루오가 선택하는 언어, 그 방에서 마시는 커피. 하루오의 손목뼈, 발바닥 모양. 목이 좀 늘어난 티셔츠 사이로 엿보이는 쇄골. 갑자기 활짝 웃는 얼굴. 토라진 말투, 담배를 피울 때 찡그리는 눈썹. 루리코를 끌어안는 힘 있는 팔, 입술이 녹고 허리가 부러질 것 같은 키스, 하루오의 살냄새.
하나하나 떠올릴 때마다 현기증이 난다.
바람이 잘 통하는 어질러진 방 안에서 수도 없이 끌어안았다. 자막을 가리기 위해 박스 테이프를 붙인 TV, 도중에 침대로 이동해버리는 바람에 언제나 절반밖에 보지 못했던 영화. 루리코는 TV 화면의 박스 테이프를 방해물로 여기는 동시에 사랑스럽다고 느꼈다. 요리 주점에서 일하는 하루오의 빠릿빠릿한 몸놀림, 낡아빠진 자전거.
전부 떠올리려 한다. 달콤한 추억인 양.
-바꽃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