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인간실격

uragawa 2011. 4. 1. 14:57

결국 무엇이 무엇인지 몰랐던 것입니다. 이웃사람의 고통이 어떤 성질의 것인지, 또는 어느 정도의 것인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 것입니다. 실제적인 고통, 다만 밥만 먹으면 그것으로 해결되는 고통, 그러나 그야말로 가장 심한 고통이어서 나의 열 개의 재앙 덩어리 따위는 어림도 없을 만큼 처참한 아비규환의 지옥인지도 모르는 그런 것을 알 수 는 없지만, 그래도 그런대로 잘도 참아내어서 자살도 하지 않고 미치지도 않고서, 정당을 논하고 절망도 하지 않고 꺾이지 않고 생활의 투쟁을 계속해 나가자니 고통스럽지 않겠는가? 에고이스트가 되어 버려서 더구나 그것을 당연한 일로 확신하고 한 번도 자신을 의심한 적이 없는가?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편안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란 것이 모두 그런 것이고, 또 그것으로 아주 만점이 아닐까? 정말 알 수가 없다...... 밤에 푸욱 잠을 자면, 아침에는 상쾌한 기분을 가지게 될까? 어떠한 꿈을 꾸는 것일까, 그들은 길을 걸어 가면서 무엇을 생각하며 걷고 있을까, 돈? 설마 그것뿐이 아니겠지, 인간은 밥을 먹기 위해서 사는 것이다......라는 말은 들은 기억이 있는 것 같지만 돈 때 문에 사는 것이다......라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아니 그러나 혹시...... 아니다. 그것조차도 알 수가 없다....... 생각하면 할수록 나는 뭐가 뭔지 뒤죽박죽이 되어서 갈피를 잡지 못하겠고, 나 혼자만이 아주 돌연변이인 듯한 불안과 공포에 빠지고 마는 것이었습니다. 남과 거의 대화를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는 것입니다. 



나는 이제까지의 나의 생에에 있어서 남에게 죽음을 당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몇 번 있었지만, 남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것은 그 경외할 상대에게 오히려 행복을 주는 일일 뿐이라고 생각 했기 때문입니다.



아네사는 수줍은 듯이 웃으며 방에서 나갔습니다만, 비단 이 아네사뿐만이 아니라, 도대체 여자란 어떤 생각으로 살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는 일은 나에게 있어서는 지렁이의 생각을 더듬어 보는 것보다도 더 복잡하고 귀찮고 언짢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나는 여자가 그렇게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거나 했을 경우, 무엇인가 단 것을 손에 쥐어주면 그걸 먹고 기분을 돌린다는 사실만은 어릴 때부터 나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인간의 마음에는 더욱 이해할 수 없는 무서운 것이 있습니다. 욕심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고, 허영이나 허식이라고 하기에도 부족하고, 색色과 욕慾 이렇게 두 개를 나란히 놓고 봐도 부족하고, 무엇인지 나도 알 수 없으나 인간 세상의 밑바닥에, 경제적인 것뿐만 아닌 묘하게 괴담 비슷한 것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 괴담에 겁을 먹고 떨고 있는 나는 소위 유물론을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과 같이 자연스레 긍정하기는 하면서도, 그러나 그것으로 인해서 인간에게 대하는 공포에서 해방되고,

푸르른 나뭇잎을 향해서 눈을 크게 뜨고서 희망의 기쁨을 느낀다는 그런 일은 도저히 불가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