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천사의 속삭임

uragawa 2009. 9. 3. 15:54

뇌는 항상 지나칠 정도로 ‘쾌감’과 ‘만족’과 ‘행복’을 추구하고 싶어하는데, 너무 그쪽으로 치우쳐버리면 '생존'을 위해서는 부적합한 행동을 취하게 될지도 모르고, 또 도태되어 버립니다. 

인류는 이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양쪽 다 같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한편으로는 ‘생존’을 추구하기 위해 외적과 재해, 기아, 전염병 등에 대비하고, 또 한편으로는 마음의 평온 을 얻기 위해 ‘문화’를 만들어내면서 말이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렴풋이 느끼고 있듯이 가장 손쉬운 전략은
먼저 ‘생존’을 위해 필요 충분한 지원을 확보해두고, ‘행복’쪽은 가능한 한 돈과 에너지를 들이지 않고 처리하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뇌는 그 정도로는 좀처럼 만족하질 않습니다.

-서장 中




죽음 공포증은 옛날부터 왕후귀족들의 마음의 병으로 알려져 있다. 매일 생활을 위해 수많은 문제와 격투해야만 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불확실하고 먼 장래에 일어날 죽음에의 공포 따위를 느낄 여유가 없다. 원하는 것을 모두 손에 넣고 난 인간의 허탈감, 마음의 공허야말로 위험한 것이다.

다음에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것, ‘응시(膺視)’하는 것이다.
작가나 철학자 같은 사람들도 역시 죽음 공포증과 관계가 깊다. 그들은 무슨 일에나 ‘응시’를 한다는 가장 나쁜 버릇이 있다. 우주 삼라만상에 ‘의미’따위가 존재할 리도 없고, 바로 정면에서 ‘응시’ 하면 어떤 것이라도 의미를 잃은 것으로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세 번째는 과학에 대해 너무 순진할 정도로 신뢰한다는 것이다.
원래 세계를 정확히 기술하는 것과 인간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무관하다.
어쩌면 인간의 공포의 총량이라는 것은 늘 거의 일정할지도 모른다.
-죽음 공포증 中




“그래,오늘은 일 다끝난거야?”

쓸데없는 관심이라고 생각했지만, 괜히 한가하게 보였다가는 또 자기 집에 부를 가능성이 있다.
노인도 신이치처럼 혼자 살지만, 하필이면 식사는 여럿이 먹는 편이 맛있다고 굳게 믿는사람이었다.
전에 백숙을 했다고 불렀을 때는 차마 거절하지 못해 노인의 방에 갔다가, 두 시간 이상이나 고문을 당해야만 했다. 노인은 끊임없이 말을 걸어왔지만, 애초에 공통된 화제가 있을 리도 없으니 이내 어색한 침묵이 찾아왔다. 무료함을 달래려면 열심히 먹을 수밖에 없었지만, 신이치는 그때 노인과 같은 냄비에서 떠먹는다는 것이 예상 밖으로 생리적인 혐오감을 가져온다는 것을 알았다. 노인은 젓가락을 빠는 게 버릇인 듯 실컷 핥은 젓가락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냄비 속을 휘저었다. 국물이 뜨거워서 자연스럽게 소독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 세대의 사고방식일까?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