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나는 내가 우울한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uragawa 2021. 5. 20. 22:30

많은 사람들이 우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우울도 타인의 우울도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일기예보는 미래의 기분을 예상하는 것과 같았다. 날이 흐리면 분명히 기분이 나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때문에 날이 흐릴 거라는 예보가 있으면 약속을 취소해버렸다. 심지어 내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를 갑작스레 취소해버린 적도 있다. 종이마음을 가진 나는 날씨에 지레 겁먹고 일정을 바꾸는 일이 허다했다.

날씨가 나인지, 내가 날씨인지 모를 만큼 딱 붙어 있었다. 우스운 것은 해가 난다고 해서 마음이 밝고 즐거워지지는 않았다. 그저 마음을 약간 햇살에 말리는 정도였다. 아주 우울하거나 조금 덜 우울한 정도였지만, 언젠가는 햇살에 바짝 말라 보송할 수 있기를 바란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로 괴로웠던 시간이 없었던 것처럼 말끔하게 사라졌다. 이러다가 생각이 모두 사라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괜찮은 것일까. 조금 무서웠다. 생각은 이유가 있어 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나 같은 경우에는 과다걱정생성기였지만.

나의 걱정에 의사선생님은 뭐든 적당한 게 좋다고 했다. 생각이 너무 많아 일상이 방해받는다면 적당히 줄어드는 일은 괜찮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생각이 많아서 겁이 많았고 불편했다. 그래도 한편으로 생각이 많은 것이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생각이 이야깃거리로 환산되었다. 이번 일로 내가 얼마나 안일하게 생각했는지를 깨달았다. 나의 생각들은 부정적인 색이 강했기 때문에 이야깃거리보다는 두려움을 더 많이 낳았다. 두려움으로 인해 입 밖으로 꺼내기도 어렵다는 것을 간과하고는 했던 것이다.

 

 

 

맨 처음 기분부전증 치료를 시작할 때, 의사 선생님은 약물 치료와 상담 치료를 병행하는 것을 권했다. 강요가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약물 치료만을  선택했다. 당연히 두 가지 치료를 함께하는 것이 좋았겠지만, 여기에는 병원까지의 거리가 크게 작용했다.

병원에서 집까지 왕복 다섯 시간이 걸렸고, 일주일에 한 번씩 6개월 이상 지속하기에는 체력이 부족했다. 금전적인 부분도 무시할 게 못 되었다. 또한 약물 치료의 경과를 보고 싶다는 이유도 있었다. 이러나저러나 가장 큰 이유는 생각만 해도 지치는 소요시간이었지만.

 

 

 

행복이란 소소한 데서 오는 발견 같은 것이다. 뭉근하게 마음이 녹아드는 것. 말랑말랑한 마음으로 작은 기쁨들을 모으는 게 행복이었다. 살아가며 당연히 만나는 것들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니 소소하지만 대단하다.

 

 

 

생각해보면 삶은 행복과 불행으로 나뉘지 않는다. 행복하지 않은 것이 불행하다는 뜻은 아니다. 행복의 부재가 불행과 직결되지도 않는다. 오늘 기분이 그저 그렇다고 해서 불행하지는 않다는 뜻이다.

행복하지 않은 삶은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일까. 물론 누군가는 행복한 것만이 의미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삶에서 행복이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불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행복과 불행의 틈바구니에 남은 부분은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나는 그 중간이고 싶다.






더보기

나는 내가 우울한  사람인 알았습니다

-편안한 내가 되기 위한 작은 연습들(2020)



도서관에서 대여한 전자책.



핸드폰으로 보기에 그림은 너무 작아서
그림만 대충 보고 글씨를 제대로 못 읽었다.


퇴근하면서 다 읽어버렸어.

기분부전증이라는 걸 하나 알게됐네?
남의 우울도 나의 우울도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