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죽이고 싶다.
누구든 상관없다.
이유도 딱히 없다.
그냥 죽이고 싶다.
속이 후련해질지도 모르니까. 그게 다다.
특별히 재미있어 보인다거나 즐거워 보여서 이러는 건 아니다. 엽기 살인 사이트 등을 보는 사이에 감화되어 흥미가 생긴 것도 아니다. 여하튼 세상에는 인간들이 너무 많다. 우둔한 쓰레기들뿐이다. 하나같이 아무런 목적의식도 없이 그저 멍하니, 의미 없이 살고 있다.
길을 걸어도 눈에 들어오는 건 어중이떠중이 쓰레기들뿐. 멍청해 보이는 쓰레기들이 당당한 자세로 줄줄이 걸어간다. 하나하나가 전혀 살아갈 가치도 없는 인간들이다.
-ABC 살인
컴퓨터가 사원들을 관리하고 사정해서 인사 전반을 프로그램에 맡기고, 이렇게 기업을 운영한다. 정말 합리적이다. 적재적소의 효율적인 인원 배치, 인적 낭비는 거의 0에 가깝고, 대폭적인 비용 삭감까지. 좋은 것 투성이잖아! 주주들은 그렇게 판단했다. 비인간적인 이 새로운 체제에 실무자들의 반발을 예상하긴 했지만 반대의 목소리는 의외로 적었다. 젊은 사원들은 항상 불만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상사는 하나같이 무능하다니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터무니없이 으스대며 사람을 짓누르는데 출세나 연봉 인상에 영향을 미치니까 거스르지도 못하고. 얌전히 네, 네 하고 비위를 맞추려니 감당이 안 된다. 빌어먹을, 스트레스 쌓이네, 쌓여”라고 말한다.
관리직도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무능한 녀석들뿐이라니까. 쓸모없는 부하직원들을 데리고 성과를 내라니 잘될 턱이 없지. 아무리 적확한 지시를 내린들 무능한 부하직원들만 있어가지고는 내 손발이 묶인 것과 마찬가지라고. 게다가 항상 비위를 맞춰주지 않으면 바로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고 불만만 늘어놓으니. 그런 녀석들을 책임지고 뒷수습해야 하는 이쪽 입장도 생각해봐라. 빌어먹을, 스트레스 쌓인다, 쌓여”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경영자의 생각은 언제나 하나다. “아아, 사원들에게 쓸데없이 월급 주기 싫다.”
모더레이트 플리커 메소드. 약칭 MFM을 간결하게 설명하자면 인사관리를 지나치게 합리적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서브프로그램이다. 요컨대 컴퓨터의 관리 체제에 아주 약간 인간적인 모호함을 넣은 것이다.
기계인 프로그램은 너무 냉철해서 인간을 관리하는 데 적합하지 않은 면도 있다. 예를 들면, 기계는 잊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잊지 못한다. 컴퓨터니까 당연하다. 기억과 기록이야 말고 그들의 본질이니까.
-사내 편애
도시에서 일하는 회사원은 바쁘다. 유급휴가는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지만 갈 여유도 없다. 그렇게 쌓여 있던 유급휴가를 모아 쓸 요량으로 휴가신청서를 과장 책상에 내던졌다. 바쁜 말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는 어중간한 시기이기도 해서 과장은 몹시 놀라 당황하면서도 도장을 찍어줬다.
-밤을 보는 고양이
“잠깐만, 박사. 최대한 짧게 부탁하오. 소좌님도 바쁘실 테고,”
“음, 그럴까. 그러면 간결하게 원리만 설명하겠는데, 이 공간전위식 폭격장치의 주안점은 ‘공간을 뒤집는 것’에 있답니다.”
“공간을 뒤집는다?”
도네 소좌가 의아한 듯 되묻는다.
“그렇습니다. 공간을 뒤집는다. 즉 시공연속체인 현실 공간을 뒤집어 허수 공간의 틈을 만들고, 그렇게 해서 현 지점부터 특정 좌표까지의 공간적 거리를 한없이 0의 근사치로 만드는 거예요. 물론 완전히 0으로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없이 0에 가까이 감으로써 현 지점과 특정 좌표에 존재하는 것 간의 경계를 순간적으로 모호하게 만들어 제거함으로써 존재하는 정수를 흔들리게 하는 거지요. 그로 인해 아무리 질량이 나가는 물건이라도 그 순간만큼은 어느 좌표에든 존재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고, 그렇게 해서 거의 0에 가까운 거리를 아주 조금 횡 이동함으로써 물질을 목표하는 좌표로, 말하자면 혼잡한 틈에 강제로 존재시키는 구조지요. 이로써 객관적으로는 물질이 아주 먼 거리를 한순가에 이동한 결과가 되는 겁니다.”
“그런 일이 가능합니까?”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멜론은 이 현의 특산물이야. 몰랐어? 하긴, 나도 오늘 아침에 듣기 전까지는 몰랐으니까. 아무튼 유명한 멜론과, 아이들과도 친해지기 쉬운 고양이를 합친 캐릭터가 이 네코멜론 군이야. 앞으로 잘 부탁한다.”
잘 부탁하고 말 것도 없는 것이 이 캐릭터에는 전혀 친근감을 가질 수 없다. 무슨 의도로 이렇게 으스스하게, 환각을 불러일으키는 모양으로 디자인한 걸까.
-네코마루 선배의 출장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豆腐の角に頭ぶつけて死んでしまえ事件(2018)
도서관에서 대여한 전자책.
[ABC 살인]
단편 수록 집 표시
첫 문장부터 나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림ㅋㅋㅋ
마지막까지 배꼽 잡는다.
너무 재미있는데?
[사내 편애]
아 웃겨 죽음 ㅋㅋㅋ
얼굴이 마음에 안든대 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
[파와 케이크의 살인 현장]
이거 드라마로 만들어진 적이 있나?
나 왜 시체 모습을 어디서 본 것 같지
[밤을 보는 고양이]
아니 지금 시대가...
아직도 휴가를 책상에 신청서 제출???
도장??이라니????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와 이 이야기 왜 이렇게 어렵냨ㅋㅋㅋㅋㅋ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데
다 읽고 나니 두부만 기억에 남았다고 합니다......
+
옮긴이의 말 중에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쳐 죽어라'는 농담을 농담으로 받지 못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일 정도로 고지식한 사람을 야유할 때 쓰는 말로, 어리석고 둔한 사람을 조소할 때 사용하는 관용 표현이다. 비슷한 표현으로 '우동으로 목매어 죽어라'가 있다.
오 몰랐다 ㅋㅋ
[네코마루 선배의 출장]
지역특산물로 캐릭터 만드는 거 진짜 웃겨 죽음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장 텐션이 떨어지긴 했지만,
범인은 이 안에 있었네? ㅋㅋㅋㅋㅋㅋ
처음 접한 작가님인데
다른 책도 번역된 것이 있나 찾아보니
마지막 단편에 나왔던 네코마루 선배 시리즈가 딱 한 권 있다 ㅎㅎㅎ
나중에 시간 되면 읽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