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어서 와, 이런 정신과 의사는 처음이지?

uragawa 2020. 7. 28. 22:30

2014년 6월 12일, 12시 15분.
“하이, 하오 선생님. 이렇게 또 만나니 기쁘네요.”
“얼마나 기쁩니까?”
“만신창이가 될 만큼 기쁘달까요.”
“단어 선택 좋네요.”
“선생님, 제가 시를 한 편 썼는데 들려드릴까요?”
“밥 먹으러 가는 길입니다.”
“괜찮아요. 시가 마음의 양식 아니겠습니까, 이 간호사님도 제 시를 듣더니 배고픔이 싹 사라졌다고 하던데요.”
“시가 밥이 됐다는 겁니까?”
“아뇨, 토를 하시더라고요.”
“그럼 전 이만.”



우울증은 단순히 ‘기분이 좋지 않은 생태’가 아니라 병이다.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노르아드레날린)등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깨지면서 노의 화학 구조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환자에게 ‘좋게 생각하라’든가 ‘기분 풀어라’ 등의 말은 삼가야 한다. 그들은 즐거운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를 이미 잃은 상태다.



대부분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고 목숨을 끊는 장면들 때문에 수면제에 두려움을 갖게 되는데요. 영화 속에 나오는 건 전부 거짓말이라는 것밖에는 할 말이 없으니까 감독님들이 계속 그렇게 허풍을 떨 수 있도록 그냥 두겠습니다. 사실 수면제 복용으로 자살을 시도해서 그렇게 아름답고 침착하게 죽는다는 건 엄청 힘든 일이에요.
수면제를 충분히 모으려면 수많은 병원과 약국을 전전해야 하는데 그건 차치하고, 엄청나게 많은 그 알약을 입에 털어 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괴롭습니다. 5분쯤 지나면 위가 아파서 데굴데굴 구르게 되고요. 열 시간 내로 대부분은 사지 경련과 구토, 설사 등의 증세를 겪죠. 거의 1년 치의 생리통을 꽉 압축해서 배 속에 넣어놓은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거예요. 수면제를 복용했단 사실이 확인되고 나면 또 끝없는 위세척과 관장으로 독소 배출을 유도하게 되죠. 결코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그런 모습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스님, 타시겠어요?”
저우 실장의 물음에 스님은 아무 대답 없이 차 앞으로 걸어갔다. 고개를 숙여 차머리를 확인하더니 돌아와 우리에게 말했다.
“아미타불! 소승은 일제차를 타지 않습니다. 시주님들 조심히 가십시오!”

오, 참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스님이다. 나는 스님에게 말했다.
“날도 어둡고 바람도 불어서 더 이상 차도 없을 거예요. 저희가 태워드릴게요. 그리고 이 차는 광저우혼다입니다. 중국과 일본이 합작한 거예요.”
스님은 반신반의하는 얼굴로 차 뒤로 가서 다시 한번 살펴보더니 우리에게 말했다.
“아미타불! 시주님들 감사합니다.”



천 선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원장이 스톡홀릭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최근 들어 알려지게 된 이 증후군은 주식 투자에 과도하게 몰입함으로써 생기는 정신 질환이다. 주식 외에 주변인이나 일상의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며 주식을 떠나서는 그 어떤 것에도 흥미를 갖지 못하는 증상을 보인다. 환자의 연령대는 보통 25~35세인데, 정신적으로 감당 능력이 약하고 일과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큰 것 등이 원인이 되어 주식을 하는 동안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초조・불안 등을 겪는다. 제때 그만두지 않으면 불면증이나 급성불안장애, 우울증 등의 늪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 증후군을 앓는 사람들 대부분은 주식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없이 눈이 멀어 휩쓸리는 경향이 짙다. 주식 시세에 발이 묶인 채, 금방 일희 일비 하며 기분이 오락가락하기도 한다. 주식 투자로 손해를 보고 자살하는 사람들의 경우, 커다란 손실액이 괴로워서 자살을 택하기보다는 장기간 이어져 온 심리적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 폭락이 결국 비극의 도화선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다.
주식 투자는 자발적인 행위이지만, 주식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 완벽주의자나 편집성 성격, 도박에 쉽게 빠지는 사람, 건강하지 않은 노인들은 최대한 주식을 멀리하는 게 좋다. 말 그대로 주식은 리스크가 있으므로 투자는 신중히 해야 한다. 리스크는 단순히 금전적인 것만이 아니라 신체 건강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황 부인  위 선생, 우리 단지에 아주 화를 잘 내는 사람이 하나 있는데 애를 가르칠 때도 그렇게 매를 들더라고요. 그래도 되는 건가요?
위 교수  중국식 교육은 매와 욕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죠. 많은 부모들이 툭하면 아이들을 윽박지르는데, 그건 좋지 않아요. 오랫동안 질책을 들으며 자란 아이들은 가볍게는 정신적 스트레스, 내분비 억제, 식욕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하면 발육 부진과 왜소증으로 이어질 수 있거든요. 어른들이 아이를 때리는 이유는 때리는 것으로 아이를 이길 수 있기 때문이죠. ‘착한 아이는 칭찬으로 자란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 부모님은 반성하셔야겠어요. 만약 또 아이를 폭력으로 체벌할 경우, 신고하세요.



“자야 할 시간이라는 걸 의식하지만 자고 싶지는 않고 뒤늦게 초조해하는 것, 이건 수면상 후퇴 증후군이에요. 불면증하고는 다르죠. 불면증은 잠을 자고 싶은데 못자는 거고, 수면상 후퇴 증후군은 강제로 잠을 안 자는 거니까 미루기 병의 일종에 속하죠. 원인은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낮에 받은 스트레스에 대한 반발에서 오기도 하고, 둘째는 수면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잘못된 방법이 습관화된 경우예요.



“내면의 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며 외면은 내면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이 얘기지. 즉, 젊은이인 척하면 진짜 젊어지는거야. 말 그대로 정신은 쓰러지지 않아. 나이를 잊으면 늙지 않고, 즐기고 또 즐기면 즐거움이 자주 찾아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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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이런 정신과 의사는 처음이지?
- 웨이보 인싸 @하오선생의 마음치유 트윗 32
(2019)
你也是蘑菇吗



도서관에서 대여한 전자책.
이 책의 원제는 『당신도 버섯인가요?』이라고 한다.

한국 제목이 진짜 찰떡같다.

원제 그대로였다면 선뜻 대여 안 했을 것 같거든.



처음에는 ‘올리버색스 선생님 같은 자신의 환자에 대한 책일까?’ 하고 펼쳤는데
하오 선생님 삶에 스쳐 지나간, 또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잖아 ㅋㅋㅋㅋㅋ
웃긴 이야기 너무 많아서 배 아파
특히 조카 에피소드 ㅋㅋㅋㅋㅋ



(물론 빻은 부분도 여러 군데 있었다.

좋은 집&부인이 한 세트인 부분 이라든가
세미나에 여자들이 많이 들으러 올 거라든가,
조카 군대 보내려고 댄다는 핑계가 거기 가면 여자가 있다! 라든가......)



최근 읽은 중국 소설이나, 에세이도 그렇지만
분명 나랑 같은 동시대인데 진짜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싶은 게 적혀 있으니까 너무 신기하다.
하긴 인구가 엄청나니까 별 일 다 있는 거겠지만, 싱기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