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uragawa 2020. 6. 30. 22:30

도서관에서 스스로 책을 고를 수 있는 나이가 된 후로. 헨은 늘 음산한 분위기의 책들을 골랐고, 죽음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그게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덕분에 고등학교 때 어둡고 징그러운 그림으로 몇몇 대회에서 상까지 탔으니까. 하지만 캠던 대학교 1학년 때 첫 조증이 오면서 과도한 자신감과 심각한 불안감 사이를 미친 듯이 오가게 되었다.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어서 밤새 강박적으로 <트윈 픽스> 1시즌 DVD를 다시 봤다.



나중에 두 사람은 침대에 누워 책을 읽었다. 미라는 ⟪시간의 딸⟫을 읽기 시작했고, 매슈는 ⟪동떨어진 거울(A Distant Mirror)⟫를 거의 다 읽어가고 있었다. 아마도 이번이 세 번째로 읽는 것이리라 . 매슈는 역사물은 다 좋아했지만 특히 중세시대를 다룬 책이 제일 좋았다. 죽음이 만연하고, 생명이 값싸게 다뤄지며, 거칠고 생생한 당시 분위기 때문이었다.



헨에게는 하루 중에서 최악의 시간인 늦은 오후였다. 이때쯤이면 기운이 빠져서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고, 뭘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저녁에 뭘 먹을지 생각하기에는 너무 일렀고, 책을 읽으면 잠이 들 테고, 너무 오래 자면 저녁 내내 짜증 나고 멍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집 안을 서성이며 옆집 남자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다.




“재수 없는 놈이었어요. 죽어도 쌉니다. 스콧의 여자 친구를 아는데 스콧과 달리 좋은 여자죠.”
단지 스콧의 행동뿐 아니라 놈이 자신에게 만족한다는 사실이 거슬렸습니다. 내가 스콧을 죽인 건 그놈이 의기양양하고 건방진 여우 상이었기 때문이고,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또 죽일 겁니다.



매슈는 새로 빌려 온 책을 보지 않고 인터넷을 검색했다. 헨의 몇몇 작품을 다시 본 다음, 이번에는 헨의 남편 로이드 하딩을 검색했다. 로이드에 관한 정보는 많지 않았다. 그의 회사 웹사이트에 이름이 올라가 있었고, 링크드인 프로필이 있었다. 그 외에 5년간 새 글이 전혀 올라오지 않은 오래된 블로그도 찾아냈다. ‘로이드의 기록’이라는 이름의 블로그로 여러 다큐멘터리에 대해 짤막하게 적은 리뷰 목록이 있었는데 대부분이 부정적인 내용이었다. 자신을 소개하는 페이지에서는 자신을 야심만만한 영화 제작자라고 했다. 그 꿈이 어떻게 됐는지는 알 수 없었다. 매슈는 로이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네, 저한테 먼저 전화하길 잘했어요, 헨”
헨은 형사가 자꾸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예전에 입원했을 때 상담사나 심리치료사가 그녀와 유대감을 형성하려고 이름을 부르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마치 미친 사람의 비위를 맞춰주듯 그녀의 비위를 맞춰준다는 기분이 들었다.
“제 말을 안 믿으시죠?” 헨이 물었다.
“뭘 믿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잠시 뜸을 들인 뒤 형사가 말했다.



사람들이 실제로 자신을 보든지 안 보든지 간에 헨은 여전히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이 동네로 돌아오려고 했을 때 가장 걱정했던 일이 바로 그것이었지만 이 관심이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으리라. 영원히 계속되는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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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Before She Knew Him(2019)



리디북스에서 1,900원 대여한 책.
출퇴근 킬링타임 용

거창한(?) 책 제목에 비해
내용은 생각보다 별로였음.


+
아니, 잠이 안와도 그렇지 트윈픽스 1시즌이라니 ㅋㅋㅋ
생각만 해도 너무 피곤한데!
(1시즌 4화부터 멘탈 나간 사람 = 나)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어서 밤새 강박적으로 <트윈 픽스> 1시즌 DVD를 다시 봤다.



++
쓰레기 같은 남자들만 죽인다는
매슈 마음에 들었는데 ㅋㅋ
매슈가 왜 이런 사람이 된 건지 설명하기 위해
간간히 들어있던 부모님 에피소드 정말 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