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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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agawa 2020. 6. 15. 22:30

“죽음에는 어딘가 짜증나는 면이 있어요. 내면에서부터 사람을 망가뜨립니다. 참전하기 전에는 아무도 그런 경고를 해주지 않았죠. 죽음을 직접 보면 어떻게 되는지, 죽음을 대면하고 나면 어떻게 되는지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어요. 죽음이 날 조종하고, 내 일부가 된다는 걸요.”
“그걸 알았다면 참전 안 했을까요?”



“제 경험상 잘 웃는 사람을 조심해야 하더군요.”
“무슨 말이죠?”
“아무 이유 없이 웃고 미소로 상대를 속이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사악하더군요.”
“명심하죠.”



과거를 떨쳐내고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하는 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게 쉬운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세상이나 상대의 추악한 면을 믿고 싶어 하지 않아. 불가피한 상황을 회피하고 싶어 하지. 모래에 머리를 파묻고 있다가 때를 놓치는 게 인간 본성이야



퇴근하고 돌아온 렐레를 맞이하는 집은 춥고 어두웠지만 그는 불도 켜지 않았다. 패딩 점퍼를 입은 채 부엌으로 들어갔다. 냉장고에서 냄새가 났다. 싱크대인가? 아네테는 식기세척기를 사고 싶어 했지만 렐레는 인색했다. 가슴에 손을 얹고서 이제부터 모든 설거지는 자신이 하겠다고 선언했다. 멀쩡한 두 손을 놔두고 왜 식기세척기를 사? 렐레는 그때도 머저리였다.



“내가 세상을 욕하는 이유는 태어났을 때부터 세상의 피해자였기 때문이오. 난 아무도 원치 않는 아이였고, 부모는 날 알고 싶어 하지 않았소. 그래서 이 나라가 상냥하고 다정한 내 어머니가 되어 내게 위탁 가정이며 보호자를 비롯한 다른 합법적인 사디스트들을 보내주었지. 어릴 때 내가 겪은 고생담으로 당신을 지루하게 만들지는 않겠소. 내가 하려는 말은, 이 나라와 국민에 대한 내 믿음은 성인이 되기 한참 전에 이미 다 사라졌다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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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진 소녀들
SILVERVÄGEN(2018)



리디북스에서 1,900원 대여한 책.



대여할 책이 이렇게 없다고???
고르고 골라 대여한 책인데,
또 여자아이 실종사건이다. 아오,

읽는 내내 최근에 읽은 [미안하다고 말해]랑
전개가 비슷해서 자꾸 생각났고,
결말은 반전이 한 번 더 있을 줄 았았는데
없었다. ㅋㅋㅋ



+
이거보고 빵 터짐.
미드 소마ㅋㅋㅋㅋ 생각나서
 

자리에는 하지 축제를 위한
미드솜마르스통Midsommarstång(나뭇잎과 꽃 등으로 장식한 십자가 형태의 기둥–옮긴이)이
세워져 있었다

 

++
역시 범인은 멀리 있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