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늑대의 왕

uragawa 2020. 6. 4. 22:30

조수들이 다시 나와 사형수를 묶었다. 회스가 손에 침을 뱉고 도끼를 치켜들었다가 그대로 사형수의 손목에 내리찍자 쩍 소리를 내며 손목이 댕강 잘렸다. 사형수가 고통으로 울부짖는 가운데 조수가 진흙탕에 나뒹구는 손을 집어 들더니 군중을 향해 던져주었다. 참수당한 자의 손가락과 손을 가지고 있으면 행운이 온다는 속설이 있었다. 특히 엄지손가락은 도둑이 가지고 있으면 잡히지 않는다고 해서 인기가 많았는데 이 도시에는 도둑이 수도 없이 많았고 다들 미신을 믿었다. 손을 서로 갖겠다고 씨름하던 부랑아들 중 이긴 자가 이 손을 가져가서 토막내어 팔게 될 터였다.



"아마 죽음은 사람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찾아오나 봅니다. 제가 마주한 죽음은 검은 아가리를 벌린 텅 빈 심연이었습니다. 죽음이 저를 삼키는 순간, 저는 그대로 시간과 정신을 벗어나 영영 돌아오지 못하리라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예안 미사엘, 문제 하나 내겠습니다. 만약자기 자신보다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행복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카르델은 얼굴을 찌푸리고 진저리를 쳤다.
"난 사랑 같은 건 몰라."
"어련하시겠습니까만, 인간인 이상 어떤 방식으로건 그런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습니다."
잘려나간 팔죽지가 아릿해오는 바람에 카르델은 불가를 향해 몸을 돌려 앉은 뒤 대답했다.
"그런 식의 감정은 끝이 안 좋아. 사랑하는 사람이 무슨 이유로건 떠나간다면 이전보다 더 괴로워질 뿐이잖아."



세상에는 두들겨 맞는 것보다 더 끔찍한 것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중 하나가 외로움이었다.



"빙에 씨, 제가 본 세상에서 인간이란 해로운 짐승, 힘겨루기를 하느라 서로를 갈기갈기 물어뜯는 피에 굶주린 늑대에 불과합니다. 노예가 부인보다 선한 것이 아닙니다. 오로지 힘이 약할 뿐입니다. 죄 없는 자들이 무결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악한 일을 저지를 힘이 결여되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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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왕
1793(2017)
 


[트위터책빙고 2020]
24. 북유럽 작가 혹은 배경이 북유럽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라 쉽게 시작을 못했다.
무겁기도 겁나 무거움 ㅋㅋㅋㅋ
집에서 찔끔찔끔 읽다가는 다 못 읽을 것 같아
결국
출퇴근 때 들고 다님. 마이 손목 살려



+
예? 이게 데뷔작이라고요???????
4-500 페이지 정도 되면
지루한 부분이 최소 한 군데 정도 있는데,
읽는 내내 그런 구간이 없었다.

챕터 끝날 때마다 '아-다음 챕터 들어가야되는데!'
졸리기는 하고 ㅋㅋ

읽을 때나 읽지 않을 때나 너무 힘들었다네.
흡인력 장난아님.



++
미스테리아 29호 인터뷰 중

늑대, 마침내 이빨을 드러내다 
-소설가 니클라스 나트 오크 다그 (인터뷰)

 

역사소설을 읽는 많은 독자들은 수백 년 전 과거가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 때문에 새삼스럽게 놀라곤 한다. 당신 역시 이 소설을 준비하면서 과거를 조사할 때 비슷한 감정을 품었을 것 같은데, 1793년이라는 과거를 배경으로 하더라도 독자들이 그런 시간적 장벽을 순식간에 뛰어 넘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어떻게 갖게 되었을지 궁금하다. 

자료를 조사하면서 최초로 경험했던 엄청난 발견은, 인간 본성이 시대를 거듭하면서 거의 바뀌지 않았고 18세기 사람들과 지금의 사람들이 얼마나 가깝게 연결되어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그들의 일기를 읽고 그들의 희망과 근심 같은 감정을 확인할 때마다, 지금의 우리와 똑같다고 느낀다. 처음에는 이런 상황이 작가로서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18세기의 상황에 나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곧장 투사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 대해 오래 생각해본 끝에 다소 우울해졌다. 우리는 가능한 모든 면에서 아주 많이 진화했지만, 내면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과거의 사람보다 지금의 우리가 더 행복하거나 현명한 게 아니다.




+++
안나 스티나
환경에 순응하지 않는 강한 여성이라 너무 좋았는데,
처한 환경이 겁나 어렵고 빡시네,
이게 인생 기본값이면 너무 힘든디......


원나잇 할리퀸이냐고.
욕이 아주.........
마지막까지 이 분을 괴롭혔다면
작가님을 용서하지 못했을 것이야!



++++

2019년에는 [1794]가 출간됐다고 한다.
이것도 읽어보고 싶음.

근데 작가 이름은 영원히 못 외울 듯ㅋㅋㅋㅋ
('밤과 낮'이라는 의미를 지닌 '나트 오크 다그'는 현존하는 스웨덴 최고의 귀족 가문이라고 함.)
북유럽 이름 고통 ㅋㅋㅋ

그런데 제목을 [늑대의 왕]으로 한 걸까
원제가 더 좋은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