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기분 벗고 주무시죠

uragawa 2019. 4. 1. 23:00

가끔 우리는 이 리액션을 본질이라고 착각할 때도 있어요. 화가 나서 더 화가 나고, 슬퍼서 울다 보니 더 서글퍼지는 식으로 말이죠. 감정은 충분히 표출하는 게 건강에 좋지만, 이렇게 기분 속에 갇히면 표출이 아니라 발버둥을 치게 됩니다. 힘은 점점 빠지고 감정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들고 말죠.



이제 와 곰곰이 생각해보건대, ‘혼자만의 시간’이라는 건 ‘타인을 만나지 않는’ 시간이 아닌 것 같아요. 방구석에 혼자 있어도 끊임없이 에너지를 쓰고 불안에 시달릴 수도 있거든요. SNS와 누군가의 카톡 하나, 애인의 말 한마디에 하루 종일 벌벌 떨며 불편한 하루를 보낼 수도 있어요. 이런 경우라면 백날 천날 혼자 있어도 에너지가 충전되기는커녕 끊임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기만 할 뿐이죠. 혼자만의 시간이란 건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것을 넘어서 정신적인 부분까지도 함께 의미해요.



전 인간관계에서 조금만 실수하거나 잘못되어도 도망쳐버리곤 했어요. 누군가 제 거짓 꿈을 간파하고 직언을 해주면 도망쳐버렸어요. 그 사람이 무서웠거든요. 그리고 다른 커뮤니티에 가서 새롭게 캐릭터를 만들어갔어요. 그렇게 잠수와 도망으로 일관하다가 막다른 길에 다다르면 빼액 물어버렸던 거죠.
그렇게 많은 분에게 마음의 상처를 줬던 것 같아요. 이제 와 느끼는 건데, 자존감이란 건 ‘나를 높이는 힘’이 아닌 것 같아요. 진정한 자존감은 오히려 ‘빈틈’과 ‘상처’까지 ‘나’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고민이 시작되고 커져가기 시작하면 온 우주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에요. 혼자서 모든 일을 해결해야 할 것 같고, 오직 자기만의 머리와 지혜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죠.

그러나 대부분의 고민은 스스로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에요. 취업은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돈은 고민한다고 벌리지 않아요. 미운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받을 때의 고민은 하면 할수록 열만 받을 뿐이죠.



끈기는 하기 싫은 일을 참아내는 것이 아니에요. 부당하고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모른 척하는 것도 아니에요.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증명하기 위해서 수반되는 여러 유혹과 지루함을 묵묵히 견뎌내는 것을 의미해요. 생각과 행동이 같이 가야 해요. 이건 아니다 싶은 걸 오래도록 하는 건 그냥 고문이죠.
노력도 마찬가지예요. 노력은 무작정 에너지를 쓰고 땀을 쏟는 일이 아니에요. 무엇을 위한 노력인지 생각해봐야 해요. 부당한 처사나 비효율적인 시스템 때문에 두 번, 세 번 일하는 것은 노력이 아니에요, 삽질이지. 노력은 무언가를 더 나아지도록 만드는 과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