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북숍 스토리}

uragawa 2017. 11. 16. 23:10

나는 제리의 말을 들으며 언젠가 결혼하게 되면 결혼식은 꼭 서점에서 올리겠다고 마음먹었다. 전에는 왜 미처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제리가 말했다.
“사랑 이야기로 가득한 곳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맞는 말이다.



영화는 나이 제한 때문에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경우가 많았는데, 책은 뭐든 읽고 싶은 것을 읽을 수 있었어요. 흥미진진했죠. 어른들의 세상이 보여주지 않는 것들도 책에서는 볼 수 있었어요. 12세 때 크리스마스에는 받고 싶은 선물로 《대부》,《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가 있었어요. 영화는 나이 제한 때문에 볼 수 없으니 책으로라도 읽고 싶었기 때문이죠. 15세 이상이나 18세 이상 관람가인 영화는 책으로 구해서 읽으며 ‘아하! 이 부분 때문에 애들은 못 보게 하는군!’하고 생각했어요. 제게 책은 성인 세계로 들어가는 길이었어요.



독자 입장에서 서점이 중요한 이유는 아주 다양한 책을 마음대로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책을 구경하는 것은 매우 값진 경험이거든요. 온라인으로는 그런 경험을 그대로 재현할 수 없어요. 잘 운영되는 서점에 가면 읽고 싶은 책이 꼭 생기게 마련이죠.



어비블리오포비아
읽을 것이 떨어져갈수록 마음이 불안하고 두려워지는가? 그렇다면 당신도 ‘어비블리오포비아abibliophobia’에 사로잡힌 책벌레다!



출판사들은 다시 새롭고 멋진 책을 내놓고 있고 책의 질감이나 디자인을 환상적으로 만드는 데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좋은 서점은 그저 선반에 꽂힌 책을 판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세상으로 뻗어나가 변화를 일으키죠. 서점에 가면 값진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거예요.



“책은 절대로 빌려주면 안 된다. 책을 돌려주는 사람은 없다.
내 서재에 있는 책들은 다른 사람한테서 빌린 것 뿐이다.”
_아나톨 프랑스(작가, 1844~1924)



책은 저마다의 역사를 담고 있어요. 그래서 전 중고 책을 사랑해요. 책을 손에 쥐면 글자로 적힌 이야기를 제외하고도 이야기가 가득하거든요.



우리는 주위의 많은 것들로부터 배움을 얻고, 또 호기심을 느껴요. 그렇지 않다면 책은 그저 컴퓨터 게임, 다운로드한 영화, 트위터나 페이스북(혹은 그 다음에 나올 무엇), 사람들이 자빠지는 웃기는 인터넷 동영상 등의 일부가 되고 말겠죠. 그런 것들을 모두 표면만 스치고 지나가며 흥미로운 다음 볼거리를 찾아 빨리 흘러가죠. 독서는 그 반대예요. 독서는 깊이 몰두해야 하는 일이죠.



책은 저에게 세상을 들여다보고, 세상을 배우고, 다른 사람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수단이에요. 우리는 책을 통해 다른 시대, 다른 문화적 배경에 있는 작가들의 몸으로 들어가 그 뛰어난 지성으로 삶과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어요. 이렇듯 책은 훌륭한 변신 수단이에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순간은 누구에게나 자주 찾아오죠. 책은 죽은 사람과도 대화할 수 있게 해줘요.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마치 타임머신이나 하늘을 나는 양탄자를 타는 듯이 머나먼 나라로 갈 수 있죠. 책은 시간과 공간을 무의미하게 만들거든요. 책은 재치 넘치고 현명한 동반자가 되기도 해요. 내가 겪는 근심이나 두려움이 혼자만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책을 통해 깨달을 수 있죠. 그리고 우리가 미처 표현할 방법을 몰랐던 것들에 대해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배울 수도 있고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인 로버트 A. 하인라인은 이런 말을 했어요.

‘행복은 스스로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여러 시간 동안 열심히 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리는 데 있다.’ 맞는 말이에요. 오랫동안 찾던 책을 드디어 발견했을 때 느끼는 그 행복한 기분은 세상 어디에서도 쉽게 맛볼 수 없죠.



저는 2개월 전부터 엘리너 캐턴의 《루미너리스》를 읽고 있어요. 무척이나 두껍고, 확실히 실재하는 책이죠. 팔 운동도 된답니다.



“저는 이야기와 사랑에 빠졌어요. 책은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세상과 인간을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에요.”



“돈을 충분히 모았을 때 약혼녀한테 같이 서점을 운영하면 어떻겠냐고 물어봤어요. 약혼녀는 고맙게도 좋다고 대답하더군요. 그래서 약혼녀와 결혼식을 올릴 때 서점을 선물하겠다고 마음먹었죠. 묭골 사람인 약혼녀는 반년 안에 프랑스어를 익혔고, 우리는 2006년에 서점 문을 열었어요.”
결혼 선물로 서점을 받다니, 내가 여태 들어본 가운데 최고의 결혼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