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검은 고양이

uragawa 2017. 8. 16. 17:38

우리는 절벽의 끝에 서 있다. 거기서 절벽 아래의 심연을 바라본다. 어지럽고 메슥메슥 해진다. 우리가 느끼는 최초의 충동은 위험을 피해 뒤로 물러서는 것이지만, 또 우리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이유 때문에 그냥 거기 서 있고 만다. 우리의 구토증과 현기증과 공포는 서서히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의 구름에 휩싸인다.
- 변덕이라는 심술쟁이 中



해서는 안 된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 사악하거나 어리석은 행위를 저질러 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법에 어긋나는 짓임을 알면서도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최상의 판단력을 무시하고 그 법을 위반하려는 충동에 끊임 없이 사로 잡히는 존재가 바로 인간 아니던가? 이 도착적인 마음이 마침내 나를 결정적인 파멸로 몰고 간 것이다. 바로 이 갈망, 스스로의 본성을 거슬러 혼동시키고, 오로지 잘못을 저지르기 위해 잘못을 저지르게 만드는 인간 영혼의 불가해한 갈망 때문에,
- 검은 고양이 中




그는 자기 이해력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면 무엇이든 ‘기묘하다’고 부르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 덕분에 그는 너무나 많은 ‘기묘한 것들’에 둘러싸여 사는 꼴이었다.
- 도둑맞은 편지 中



그렇습니다! 불안했습니다. 전 너무나도 끔찍한 불안과 초조에 시달려 왔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왜 미쳤다고 하시는 겁니까? 병으로 인해 제 감각이 날카로워진 것이지, 파괴되거나 무뎌진 건 아니니까 드리는 말씀 입니다.
- 배반의 심장 中



“이러다가 죽을 거야. 이 통탄할 만한 어리석음 때문에 죽어 버릴 게 틀림없어. 바로 이런 방식으로 다른 이유도 아니고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파멸을 맞게 될 거야. 앞으로도 다가올 일이 겁이 나. 무슨 일이 생길까 겁이 나는 게 아니라, 그 일이 내게 미칠 결과 때문에 겁이 나는 거지 . 어떤 일이든지, 심지어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견디기 힘들 정도로 쉽게 흥분하는 내 영혼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져. 신체적 위험에 대해서는 겁이 안 나. 그것이 미치는 절대적 영향력, 그러니까 신체적 위험이 내게 불어 일으킬 게 틀림없는 공포심이 겁나는 거지.”
- 어셔가의 몰락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