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죽고 싶어지면 전화해

uragawa 2016. 1. 11. 23:06

아무리 그래도 진짜 끔찍해요. 옛날 『여공애사』의 경영자들과 기본적으로 달라진 게 전혀 없어요. 부정(不正)은 방편일 뿐이고 법률은 족쇄로 써먹고, 아무튼 자신들이 하는 일은 국가를 위한 것이니까 찍소리 하지 마라, 우울증도 과로사도 노동자의 자기 책임이다, 마음대로 앉지 마라, 마음대로 쉬지 마라, 마음대로 밥 먹지 마라, 마음대로 살지 마라, 마음대로 죽지마라, 그런 식이에요. 놀고 있죠. 놀고 있고, 진짜 저질이고 천박해요




별것도 아니다. 칭찬해주고 허영심을 살살 긁어주면 금세 좋아 죽는 게 중년이다. 거꾸로 추어주지 않으면 외로워하고 부루퉁해지고, 중년이란 그런 것이다.




그러니까 아가씨, 돈이 없으면 보통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도 불가능해. 그런 걸 평화 치매에 걸린 이 나라 소시민들은 전혀 모르고 있어. 막상 제 앞에 닥치기 전에는 깜깜하게 모른 채로 그냥 태평하게 살아가는 거야. 아무것도 모르면서 돈 같은 건 더럽다느니 뭐라느니, 듣기 좋은 소리나 하고 말이지. 위선으로 가득 차 있어, 이 나라는.




“우리 같은 레벨의 인간은 늘 똑같은 고통과 똑같은 따분함의 되풀이야. 그러면서 수명이 다하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지. 가타오카 씨도 적당히 괜찮은 남자 만나서 결혼하고 그다음에는 몇십 년 동안 따분한 주부 생활을 견뎌내는 수밖에 없어. 야아, 정말 사는 게 뭔지 모르겠다. 힘들어.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는 거냐.”




항상 아슬아슬한 때까지 행동에 나서지 않는 버릇, 이런 중요한 일에까지, 진짜 구제불능이다. 그래서 자주 지각을 한다. 그래서 자주 약속을 까먹는다. 걸핏하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그때마다 죽을 만큼 후회해도 똑같은 실수를 거듭한다. 죽는 게 낫다. 죽는 게 편하다. 분명 뇌에 중대한 결함이 있는 거고, 그건 죽지 않고서는 고쳐지지 않는다.




기껏해야 한 찰나일 뿐인 그 해피엔드를 간절히 원하시는데, 결국 하나도 이루지 못한 채 몇십년을 살고 또 살아 길게도 삶을 이어간 끝에 치매 노인이 되겠죠. 그래서 열악한 환경의 요양 시설에서 마지못해 해주는 간호를 받을 거예요. 퍼런 멍이 들 만큼 꼬집히고 손톱이 뽑히고 똥오줌 범벅으로 방치되는 학대를 몇 년씩 받다가 마지막에는 병원에서 온몸에 튜브가 달린 채 격통에 눈물을 찔끔 거리고, 치매기가 있어서 의사소통도 못한 채 버르적거리며 고통 속에서 죽어요.

오래 살아봤자 나도 그럴 거고 당신도 틀림없이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