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쿠리야는 장갑을 벗으며 석연찮은 듯이 말했다. 이 또한 이 사람에게선 좀처럼 볼 수 없던 말투였다.“난처하게 됐습니다.”
“소화기관에는 위, 장 소장, 대장, 췌장, 간이 있습니다. 순환기관에는 심정, 비장, 신장이 있고요. 호흡기관이라 하면 폐, 비뇨기관에는 요관에서 방광까지 있을 테고요. 생식기관은 난소 자궁이 있습니다만, 장기란 장기는 죄다 적출된 상태입니다. 잘 아실 테지만 사망 추정 시각이라는게 직장直腸 내 온도를 측정해야 알 수 있는 것인데, 이건 뭐 직장 자체가 없으니…. 음식이 소화된 상태라도 알아보고 싶은데, 위가 있어야 말이죠.”
익명성은 안전지대의 다른 이름이다. 그리고 인간은 안전지대 안에서 마음껏 악의나 독선을 드러낸다. 그 과격함에 흠뻑 취한 채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4년제 의과대학을 졸업하거나 거기에 비등한 지식을 가질 것. 인체조직은행, 안구은행, 일본 장기이식 네트워크, 도도부현都道府県코디네이터로서 1년 이상의 실무 경험이 있을 것. 필기·실기 시험과 면접에 합격할 것. 그밖에 학회 주최 세미나에 참가하는 등 여러 조건을 완수한 끝에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인정위원회의 인정을 받는다.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것에는 원초적인 공포를 가진다.
조건 없이 모여드는 선의만큼 처치 곤란한 것은 없다. 잇속을 바라고 도움을 준 사람에겐 빚을 갚으면 그만이지만, 선의의 제삼자는 타산적이지 않아 기대를 배신당하면 감정적으로 변한다. 호의는 간단히 악의로 반전되고, 어제까지 추대하던 우상을 걷어차 버리며 희열을 느낀다.
원래 료코는 휴대전화라는 기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보도나 지하철 역 안을 걸을 때, 휴대전화를 귀에 붙인 채로 걷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혐오감이 앞섰다. 그들은 온종일 누군가와 이야기하지 않으면 불안한 것일까? 보행 중에 주의력이 떨어지는 위험과 바꿀 만큼 이야기하는 것이 기쁜 것일까? 어느 기사에서 고령자가 휴대전화 구입을 주저하는 것은 새로운 기술을 접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 아니라, 그 기술이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동감했다.
이변이 없는 한 알아채지 못하겠지만, 일상생활은 위태롭게 성립하는 일이 많다. 가족의 수입, 감정을 둘 곳, 접하는 행태와 시간. 무언가 하나만 틀어져도, 속에 품고 있던 마그마가 분출하여 가족의 상태를 바꿔 버린다.
잘들어. 인간은 성실하게 살아도 눈앞에 장벽이 가로막을 때가 있어. 깨부수거나 뛰어넘거나 해서 그 너머로 가려고 하지. 하지만 장벽에서 도망치려고 하는 놈은 다른 길을 찾아. 대부분은 편한 길이지. 하지만 말이야. 그 편한 길이란 힘없는 자의 전용 도로야. 그렇게 편한 쪽, 편한 길을 계속 선택하면 제대로 싸울 힘을 잃게 돼. 그리고 편하기 때문이란 이유로 거짓을 배우게 되고, 다른 사람을 함정에 빠뜨리는 법을 배우지.
자신의 경험 부족을 인정하는 건가. 이누카이는 또 이 친구의 장점을 발견했다. 이 연령대의 남자는 대체로 무리해서라도 기를 쓰고 자신을 보여 주고 싶어 한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결점을 솔직히 인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결점을 인정할 수 있는 인간은 그만큼 빨리 자신의 과오를 고칠 수 있다. 고테가와는 원래 자질이 뛰어난 것인가. 아니면 가끔 말하는 상사가 훈련을 잘 시킨 것인가. 지금 상태를 유지한다면 이 친구는 틀림없이 우수한 형사가 될 것이다. 이누카이는 좀 더 이 친구와 같이 일하고 싶어졌다.
젊다는 것은 멋진 거야. 눈부시게 빛나는 밝은 부분만 보고 있군. 하지만 빛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 그림자는 짙은 법이지.
사람의 본질이 신분이나 입장과 같다고 단정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사리사욕을 위해서만 일하는 공무원, 천벌을 받아 마땅한 종교가. 사람을 구할 생각 없는 변호사, 민심을 모르는 정치가, 물리학자를 표방하는 사기꾼, 그런 놈들은 차고 넘치지.